(미술, 우리이야기_ 하나)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 빛이 있었지.
빛이 보이지 않았던 곳, 너는 작고 따뜻한 어둠 속에서 나와 눈을 뜨기 시작했어.
기억이 잘 나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크게 울면서 넌 이 세계와 만났지.
처음에는 한 가지 빛깔로 밝고 어두움을 섬세하게 나누어 세계를 보았던 거 같아.
이 곳에 앞서 살았던 사람끼리 약속한 말은 몰랐지만 나처럼 너도 이 세계에 첫인사를 했어.
"안녕. 보이는 세계야."
여기는 너의 눈으로 보는 세계야. 앞으로 여기에 머물며 살 거야.
다른 사람도 함께 살겠지만 너의 세계지.
태어났을 때, 세계를 보는 너 자신은 어떤 모습이었니.
아마 기억 못할 거야. 너의 눈은 너 자신을 볼 수 없으니깐.
너의 눈은 너의 몸 밖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세계에 향해 있을 거야.
눈을 너로부터 떨어뜨려 널 보게 할 수 없어.
게다가 그 때 너의 눈은 빛과 친한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지.
빛과 친해지지 않으면 눈은 세계를 보며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웠을 거야.
그렇다고 빛과 친해지지 않았다면 어쩌지 하며 갑작스럽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눈은 자연스럽게 빛과 친해지기로 약속했었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에 약속했던 거야.
그래서 너도 그리고 앞서 태어난 사람들도 그 약속, 잘 모를 거야.
우린 약속을 자연스럽게 지켰지. 그래서 너는 눈을 뜨며 첫인사를 할 수 있었던 거야.
"안녕, 빛,
안녕, 보이는 세계."
너 자신을 볼 수 없는 눈은 오로지 빛과 함께 세계를 바라볼 줄만 알았지.
그런데 태어난 후, 해를 두고 한 바퀴, 두 바퀴 도는 동안 너의 세계가 어떻게 보였지.
잘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분명 너의 머릿속에 보았던 세계가 있을 거야.
하지만 머릿속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떠올리고자 해봐도 처음에 보아온 세계 찾기 어려워.
아마 너의 세계가 점점 뚜렷하게 보이고 기억할 수 있을 때가,
세계를 보며 무언가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았을 때부터가 아닐까 싶어.
너의 눈이 세계를 보고 생각하면서 세계가 머릿속에서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거 같지 않아.
빛과 눈이 먼저 친해지고 있었고, 머리는 조금 기다리면서 나중에 친해져 가고 있었던 거야.
스스로 생각할 머리가 아직 덜 친해졌던 때는 세계와 그리 친하지 않았어.
지금도 별 생각 없이 보았던 게 잘 기억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인 거 같아.
그래서 여전히 우리는 인사하고 있어.
안녕, 빛의 세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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