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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솜뭉치

by c 씨


3년 전,

단 하루였지.

밤을 샜어.


오랜만에 다들

한 곳에서 잠을

자려고 했지.


난 숨 쉬는 게 불편하고

낯선 곳에서

편히 쭉 누워도 잠을 잘 잔 적 없어.


마스크 쓰고 잘 수 없었지.


새벽 2시쯤 밖으로 나갔어.

한쪽으로 쭉 걸었지.


가끔 빠르게 지나가는 택시뿐

한적한 도로 옆

버스정류장 긴 의자에

잠시 앉아 쉬어.


조금 더 걷고

다시 반대로 왔던 길로 가.


나왔던 곳 지나 더 가니

인조잔디가 깔린

밝은 터가 있어.


늦은 밤인데

사람들 이야기가 들려.

살아 있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니

내가 아직 여기 살고 있는 듯해.


저기 10m 넘어 앞

두 사람 이곳에 들어와

작은 솜뭉치 내려놔.


작은 두 솜뭉치가 막 움직이더라.

몇몇 사람들 곁에 쪼르르 가고

그러다 금세 다른 사람 곁으로 가는 척도 해.


내 곁에도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인조잔디 위로 다가가

작은 솜뭉치 둘 쪽으로 갔지.


검고 초췌한 날 생각하니

조금 멀리 있던 두 주인이

싫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


쪼그리고 앉아 두 손을 내밀었지.

쪽 쪽 쪽

기뻤어.


다른 사람들 말고

그 짤몽한 네 다리

여덟 다리 빠르게 움직이며

내게 왔어.


너무나 약하디 약한 가느다란 털뭉치

손이 부드럽게 스쳐가게 돼.

그리고 은은한 따스함이 느껴져.

작은 두 강아지를 쓰담거리며

순간 마음에 편안함이 자리해 가.


위로받았어.


이틀 전부터 어머니의 어머니께서

이동하여 잠시 누워 계신 곳,

그곳에서 나와

잠 못 드는 밤

유일하게 위로를 받았던 거야.


잠들지 못한 늦은 밤,

신기하게 많았던

사람 목소리,

두 강아지의 만남,

유일했던 오묘한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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