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우리 이야기)
이사한다는 것은
여기서 살다
저기서 살려고 하는 거잖아.
짧을지 모를 2년마다
다른 곳에 기대어 살기도 하고
길게 몇 년, 몇 십년을 살다
다른 곳에 기대어 살기도 하지.
눈으로 다른 곳을 보고
살겠다고 정한 곳이
곧 집이 돼.
세계를 다니면서
짧게 이곳, 저곳 머물다
떠나는 몸은 그렇게
살아가는 곳에 따라
바꾸어 주지.
쉽게 머무는 다른 곳마다
빠르게 익숙해져 주는 거야.
그런 몸이 있어.
그러나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다 낯선 곳,
낯선 집으로 이사간다면
몸은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해.
다양한 다른 곳에 머물며
짧게 지내온 몸과 다른 몸이지.
아무리 눈과 머리로
지낼 다른 곳을 미리 알고 살더라도
눈과 머리와 더불어 몸은
꽤 복합적으로 있었던 곳을
기억하지.
살던 집에서 닿았던 빛과
닿았던 공기.
집은 몸처럼 닿은 게 있고
기억이 생겨.
그런 집에서 몸은
집의 기억을 알지.
그렇게 오래 살던 집 떠나면
집의 기억과 이어진
몸의 기억은 지워져 가.
이사하고 여기 너무 낯설어.
앞서 살던 집에서
함께 지냈던 가구, 옷 등
데리고 가서 옆에 두어도
알던 그 자리와
그 모습이 아니야.
다른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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