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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뜨거운 냉장고

(그리운 큰 냉장고)

by c 씨


몰랐던 걸

너무나 잘 알게 된 게 있어.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얼마나 잘 지냈었던 나였나.


지금은 엘리베이터 없는

옥탑방에 있어.


그리고 내 키의 반 높이라도 될까.

작은 냉장고가 옥탑방 안에서

밤낮으로 시끄러운 소릴 내고 있지.


부모님 집에 있던 큰 냉장고는

소리가 작았고

양쪽벽 어디든 뜨겁지 않았어.

그리고 냉동실이든 냉장실이든

공간이 크니 뭐든 넣어 두었다 먹을 수 있었지.

이제는 큰 냉장고가 없어.


뜨겁게 햇볕을 맞이해 주는

더운 옥탑방 안에

시끄럽게 소리 내는 작은 냉장고.


작은 냉장고 안에 보관할 음식들

많은 생각을 하며 작은 공간

잘 활용을 해야 하고

차게 잘 보관이 안되서

음식이 금세 상해.

짧은 시간 내에 먹어야 돼.


차갑게 보관해 주어야 할 냉장고의 역할을

잘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작은 냉장고는 열심히 시끄러운 소릴 내며

문 빼고 양쪽에서는

너무나 뜨겁게 열을 내지.


손을 대면 뜨겁고

가까이 가면 땀이 날 정도야.


처음에는 창 옆 햇빛이 들어

뜨거워진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냥 작고 뜨거운 냉장고였던 거야.


지금 내 꼴이 아닌가 싶지.


언제 크고 넉넉한 공간을 갖고

시원할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나 싶어.


이런 작고 뜨거운 냉장고를

쓰도록 한 더운 옥탑방,

벗어나야 해.


그런데 심각한 게 또 있지.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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