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시간 01
신약 성경 가운데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을 흔히 사복음서라 하고, 앞선 세 책을 합해 공관복음서라 한다. 이는 세 권이 유사점이 많고 거의 같은 관점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누가복음의 특징은 여러 가지 있지만, 1장 1-4절 말씀에서 저자인 누가가 그것을 기록한 목적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복음서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
누가는 누가복음을 기록한 목적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데오빌로 각하에게 각하가 알고 있는 바, 즉 예수 그리스도의 내력을 더 확실하게 알게 해 주기 위해서 써 보냅니다." 누가복음의 수신자인 '데오빌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인데, 그의 이름 뒤에 '각하'라는 호칭이 붙은 것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기독교로 개종한 로마의 고위 관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의 관점에서 볼 때,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내력을 알고는 있었지만 확실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데오빌로의 이러한 부족함을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채워주기 위하여 붓을 들었다. 현대의 그리스도인들도 많은 경우 데오빌로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내력을 알되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분에 대하여 더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가복음을 읽을 필요가 있다.
누가복음이 기록되기 전에도 그분의 내력에 대하여 쓴 책이 많았다. 그래서 누가는 자신의 저술 방법을 밝히기 전에 그것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목격자와 말씀의 일꾼 된 자들이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1-2절). 그들에 의해 정경인 마가복음을 비롯하여 그분의 내력에 대하여 쓴 책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이 그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누가의 언급 속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다. 첫째는, 예수 그리스도의 내력이 그들 중에 이루어진 '사실'이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그분의 내력에 대해 소설처럼 상상에 의해 창작된 픽션(fiction)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는 그것이 사실, 즉 논픽션(nonfiction)이라고 밝히고 있다. 둘째는, 그 사실에 대한 목격자가 많이 있었다는 점이다. 진실을 다투는 법정에서 사건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목격자(증인)가 필요하다. 그분에 대한 목격자가 많았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내력, 즉 그 사건이 그만큼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누가가 그분의 내력을 기록한 방법은 '차례대로' 쓰는 것이었다(3절). 그는 이것을 위하여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폈다. 여기에서 차례대로 썼다는 것은,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썼다는 뜻일 수도 있고, 그 내용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헬라 문학에서는 주로 후자의 의미로 사용되어, 저자가 꼼꼼하게 조사한 자료들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마치 의사가 환자의 병력을 알아내기 위하여 면밀하게 조사하여 그 정보를 캐내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추적한 후에, 데오빌로 개인의 특성을 감안하여 차례대로 기록하였던 것이다.
기록 목적과 방법,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누가의 태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내력이 결국 '역사적 사실'이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므로 그 내력을 담고 있는 5절 이후부터 마지막까지의 내용은, 그 내력을 통해 그분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메시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이것을 강조한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우리에게 그분을 주님으로 믿고 구원을 받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