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시간 / 인격 004
베드로는 예수님께 엄청난 칭찬을 받았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로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하셨는데, 그때 그가 이렇게 놀라운 고백을 하였기 때문이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는 다음에 이어지는 행동으로 주님께 혹독한 꾸지람을 들어야만 하였다.
주님은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신 후에, 드러내 놓고 자신이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다(막 8:-31). 하지만 베드로는 그 말씀을 듣자마자 예수님을 붙들고 항변하였다.
여기에서 ‘항변하다’라는 말은 ‘책망하다’, ‘꾸짖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뒤이어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사용하셨던 ‘꾸짖다’는 말과 같은 단어이다. 베드로는 마치 어른이 아이를 꾸짖듯 예수님을 그렇게 몰아세웠다. 마태복음에서는 그의 항변 내용을 이렇게 적고 있다.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마 16:22). 이 문장을 표준새번역성경은 이렇게 번역하고 있다. “주님, 안 됩니다. 절대로 이런 일이 주님께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베드로의 항변대로 그런 일이 주님께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십자가에서 인류의 모든 죄를 대속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고, 부활을 통해 그분이 죄에서 승리하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세상은 여전히 죄의 권세 아래 신음하다 심판까지 받게 되고, 예수님은 예수님대로 허풍쟁이나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힐 것이 빤하다. 따라서 우리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붙들고 항변한 행동이, 이 땅에 오신 주님의 목적을 철저하게 방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자 예수님은 베드로를 향해 혹독하게 꾸짖으셨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구나.” ‘사탄’은 예수님을 대적하고 그분의 일을 방해하는 존재이다. ‘물러가라“는 말은 광야에서 마귀가 시험할 때, 주님은 그 마귀를 내쫓으면서 이 말씀으로 물리치셨다. 따라서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라는 말씀에는, 사탄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베드로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하시는 주님의 단호함이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베드로는 왜 그렇게 사탄의 도구가 되어 주님의 길을 방해하였던 것일까?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일’이란,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름으로써 얻게 되는 구원을 가리킨다(막 8:34-35). 그에 반해 ‘사람의 일’은 ‘하나님의 일’과 반대되는 것을 가리킨다. 즉 자기 자신을 자랑하고 세상과 타협하면서 편한 길을 걷는 것을 말하는데, 그로 인하여 구원과 자기 목숨을 동시에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일이다. 안타깝게도 베드로는 ‘사람의 일’을 선택해 버렸다. 그래서 주님으로부터 그토록 혹독하게 꾸중을 들었던 것이다.
베드로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또 하나님의 아들이신 주님으로 고백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실제 삶에서는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외면함으로써 마치 사탄처럼 주님의 길을 방해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주님의 뜻보다 자기 고집을 부리면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교만한 바리새인들처럼 사람들 앞에서 주님의 영광보다 자기 자신을 돋보이려고 애를 쓴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시면서 주님은 무어라고 말씀하실까? 베드로에게 하셨던 그 꾸지람을 오늘 우리에게 돌리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