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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택 Nov 29. 2020

이방인과 ‘기인지우’의 삶

산책의 시간 / 믿음 012


  사자성어 가운데 ‘기인지우’(杞人之憂)라는 말이 있다.


  이는 기(杞)나라 사람의 걱정이라는 뜻으로, 그 사람은 하늘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식음까지 전폐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 안 해도 되는 일로 근심하는 것을 ‘기인지우’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기우’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면 바보나 불쌍한 사람 취급하면서 비웃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그런 우리가 기인지우의 모순에 빠질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시험을 앞두고 걱정하고, 취업이나 승진 문제로 걱정한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나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 때문에 걱정하고, 집안의 대소사로 걱정한다. 또 어떤 사람은 노후 문제로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 즉, 답이 없는 것이다. 마태복음 6장에는 그에 대한 예수님의 표현이 실려 있다.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27절).




  여러 염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재물’이다. 먹고 마시는 것과 입는 것 등 물질적인 생활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재물은, 인간 생활에 필수적이므로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잘못된 접근은 우리에게 근심거리만 제공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재물에 대해 올바르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일까?


  예수님은 그 원인으로 우리가 이방인처럼 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셨다(32절). 6장에 나타난 이방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이 나의 모든 필요를 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분을 믿거나 의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분을 미워하거나 가볍게 여긴다. 둘째,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과 재물 가운데 후자를 주인으로 섬기면서 살아간다. 재물을 사랑하고 귀중히 여기면서 극진히 섬긴다. 셋째, 그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재물, 즉 보물을 땅에 쌓아 둔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안전할 것이라 믿고 있던 보물을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해 간다(19절). ‘좀’은 의복 등을 갉아먹는, 납작하고 몸길이 11~13mm 되는 해충을 말한다. ‘동록’은 금속이 부식되거나 쥐와 곰팡이에 의해 입게 되는 해(害)를 가리킨다. 이것들에 의해 보물처럼 여기는 음식과 옷이 상하거나 못쓰게 된다. 또 도둑이 훔쳐가면 쌓아 둔 보물은 남의 것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들을 다시 쌓기 위해 재물의 노예가 되어 밤낮으로 땀을 흘린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보물은 또다시 좀과 동록이 해하고 도둑이 도둑질해 간다. 한 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풀이되기 때문에 염려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염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의 모든 필요를 알고 계시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해야 한다. 하나님은 아무 수고도 하지 않는 공중의 새를 기르시는 분이시다. 들의 백합화 하나를 솔로몬의 모든 영광보다 더 영광스럽게 입히시는 분이시다. 이렇게 하찮은 것들도 그분이 지극 정성으로 기르시고 입히시는데, 어떻게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우리들의 필요를 외면하실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예수님도 이런 표현을 사용하셔서 그분이 우리를 극진히 기르시고 입히신다는 것을 보증하셨다.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는다’는 것은 믿음의 대상이신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믿음이 작으면 부분적으로 의지하지만, 믿음이 크면 온전히 의지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큰 믿음을 가지고 우리의 모든 것을 그분께 의지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공중의 새나 들에 핀 백합화보다 더 정성껏 기르시고 입히시는 그분의 손길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구체적인 경험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염려에서 해방될 수 있고, 그것은 다시 우리에게 더욱더 온전한 믿음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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