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시간 / 인격 013
현대를 일컬어 흔히 ‘물질 만능 시대’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돈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은 잘만 사용하면 유익한 것이다.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돈이다. 그것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돈은 생명을 얻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은 경우 자신의 호의호식을 위해 돈을 추구한다.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의 사상과 종교 등을 내팽개치기도 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거는 사람도 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면 이미 돈의 노예가 된 것이다. 노예가 주인의 명령에 순종하듯, 어느덧 주인이 된 돈 앞에서 사람들이 굴복한다. 그리고 돈이 현혹하는 온갖 죄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성경은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고, 결국은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찌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딤전 6:10).
올바르게 모으지 않은 돈과 그릇되게 사용하는 돈은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국가의 통치 기반을 흔들고 사법부의 정의를 왜곡시킨다. 돌이켜보면 IMF 사태의 주범은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과 왜곡된 돈의 유통이었다. 최근에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는 집값 문제도 그릇된 돈의 사용에 있다. ‘유전무죄’라는 말도 우리 사회의 관성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는 뇌물도 한몫하고 있다. 성경은 뇌물의 해악을 이렇게 적고 있다. “뇌물은 지혜 있는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하고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든다”(신 16:19, 표준새번역성경).
두 번째 문제는, 그런 돈은 이 땅에 영구히 쌓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마 6:19). ‘좀’은 의복 등을 갉아먹는, 납작하고 몸길이 11~13mm 되는 해충을 말한다. ‘동록’은 금속이 부식되거나 쥐와 곰팡이에 의해 입게 되는 해를 말한다. 이것들에 의해 재물은 상하거나 못 쓰게 된다. 또 도둑이 훔쳐가면 쌓아 둔 재물은 남의 것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주님은 그것을 땅이 아닌 하늘에 쌓아 두라고 충고하셨다.
세 번째 문제는, 그 돈으로 생명을 얻거나 하나님의 은총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세 때에는 면죄부를 발행하여 그것을 마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미혹하기도 하였지만, 성경은 그것을 하나님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다. 그래서 세상 모든 부귀영화를 누렸던 솔로몬은 재물보다 지혜를 구하라고 하면서 그렇게 할 때 생명과 여호와의 은총을 얻을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잠 8:35). 인생의 목적을 돈에 두고 돈에 노예가 되어 살게 되면 오히려 생명과 하나님의 은총 모두를 잃어버리게 된다. 주님은 그 사실에 대해 이렇게 경고하셨다.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눅 18:24-25).
이처럼 올바르게 모으지 않은 돈과 그릇되게 사용하는 돈은 위 세 가지의 문제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손길은 돈을 버리고 지혜를 선택해야 한다. 솔로몬은 잠언 8장에서 지혜를 구하면 앞서 제시한 제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솔로몬은 또 이어지는 잠언 9장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 말하고 있다. 돈을 구하다가 모든 것을 잃을 것인지, 아니면 지혜를 구함으로써 모든 것을 얻을 것인지는 바로 그것을 선택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