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던 날

초딩의 일기장 10

by 박준택


“여보, 오늘 바빠?”
“왜?”
“응, 오늘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글쎄 엄마가 그 도둑을 잡았대. 일찍 들어가서 무슨 영문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어떻게 잡았대?”
“그건 나도 잘 모르겠고. 어쨌든 일찍 들어가요. 응, 알았죠?”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고, 그 도둑을 붙잡았다는 아내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 집에 놓아둔 돈이 하루 이틀 걸러 없어져서 요 며칠 동안 아빠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어떻게 그것을 가져가는지 몰라 불안하기도 했고요.

아빠는 아들 서현이를 생각하기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아빠한테 이야기하고 용돈을 받아 가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또 서현이는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날 생긴 잔돈 모두를 받아 저금하고 있었고, 필요하면 자신이 모아 둔 돈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훔칠 만한 환경에 놓여 있지도 않았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칼퇴근하여 집으로 가 봐야겠습니다.




“어머님, 어떻게 된 거예요? 도둑을 잡으셨다면서요?”
“응, 내가 잡았지.”
“어떻게요?”

어머니께서는 장을 본 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집이 있는 16층에 내리면서 우리 집 앞에서 서성이는 한 초등학생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모양을 수상하게 여긴 어머니께서 아이를 붙잡고 꼬치꼬치 캐물어 녀석의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그 아이는 초등학생 3학년 남학생으로 서현이와 같은 태권도 도장을 다녔습니다. 자연스럽게 아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우리 집에도 몇 차례 왔었나 봅니다. 종종 부주의한 아들이 녀석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면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노출하였나 봅니다

그 아이는 서현이와 어머니께서 집에 없을 때 여섯 차례에 걸쳐 몰래 들어와서는 어머니께서 선반 위에 놓아둔 생활비 만 원 이만 원씩 집어가기도 하고, 대담하게도 어머니 방까지 들어가 어머니의 핸드백을 뒤지는가 하면 서랍과 장롱 등을 열어 몇천 원씩을 집어가기도 하였답니다.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6학년생인 그 아이의 누나가 이 사실을 알고도 그것을 만류하기는커녕 동생을 시켜 우리 집에 두세 차례 더 들어가게 한 것이었습니다. 누나라도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었다면 동생이 도둑질하지 못하게 말렸을 터인데 누나가 오히려 더 조장하였던 것입니다. 첫째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더군요. 어머니께서는 그 아이의 전화번호를 적어 둔 후 가볍게 훈계하고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어머님, 잘하셨어요. 그 아이를 자극해서 삐딱하게 변하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될 텐데, 잘 타일러서 반성하고 나쁜 버릇을 고쳐 나가게 하신 것은 정말 잘하신 것 같아요.”
“근데 서현 아범아, 그 아이 누나가 일전에 서현이를 자주 괴롭혔다는 아이란다. 얼마 전에도 피아노 학원 갔다 나오는 서현이의 귀를 잡고는 한참을 괴롭혔다고 하더구나.”
“그래요......?”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아빠는 그 정도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할 서현이도 힘들겠지만, 두 아이의 나쁜 행동도 바로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녀석들의 집을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밤 아홉 시가 넘었나 봅니다. 그 아이들이 산다는 집 앞에 도착하였을 때는 어둠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뜨문뜨문 설치된 낡은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골목길에 흩뿌려지고 있고요.

“승민이니? 나는 서현이 아빤데, 누나와 함께 잠깐만 집 앞으로 나와 줄 수 있니?”
전화를 받고 녀석과 누나가 내려왔습니다. 잔뜩 겁먹은 누나는 예쁘장하게 생긴 평범한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부모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니?”
“네.”
“무슨 일을 하시는데 아직 안 들어오고 너희들만 있는 거니?”
“광명 사거리에서 장사하고 계시는데, 12시에나 들어오세요.”

이것이 이 아이들의 문제였습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장사하느라 부모님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겠지요.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부모님이 들어오시기 전까지 긴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부모가 관리를 잘하여도 곱고 올바르게 성장하기 쉽지 않은데, 이런 환경 속에서 잘 자라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녀석들이 측은하게 여겨졌습니다.

“남의 집에 들어가 돈을 훔치거나 서현이의 귀를 잡고 괴롭히는 행동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니?”
“아저씨,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 너희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을 테니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알겠지?”
“네.”
“서현이하고도 사이좋게 지내고.”
“네.”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아이들이 반성한 대로 앞으로 바르게 성장해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하여 그 아이의 부모 모두 밤늦게까지 밖에서 힘겹게 일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아빠의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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