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꾼

초딩의 일기장 16

by 박준택


퍽!......


“뭐야, 왜 때리고 그래?”

“내가 뭘?”

“방금 등을 쳤잖아.”

“내가 언제?”

“장난하지 말고.”

“내가 뭘 장난한다고 그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내를 껴안고 뽀뽀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제 등을 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아내가 껴안은 손으로 제 등을 장난스럽게 때리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도 갑작스러운 제 질문이 황당한가 봅니다.


그런데 이게 누굽니까? 잠든 줄로만 알았던 서현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권도 풍 띠의 매서운 정권 지르기로 제 등을 가격한 겁니다. 저희 부부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분명히 코까지 골면서 나가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이 녀석이 왜 이렇게 눈을 뜨고 있는 걸까요?




“어, 서현아! 아직 안 잤어?”

저희 부부가 당황해서 동시에 합창합니다.

“아빠 엄마, 왜 내가 침대 맨 옆에 있는 거예요? 분명히 가운데 누워 있었는데?”

“응, 네가 맨 옆에서 자면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 아빠가 그쪽으로 들어 뉘어놓은 거예요.”

“나는 가운데가 편한데......”

그러면서 아들이 저의 몸뚱이를 타고 넘어서 우리 부부 사이로 들어옵니다.

‘하, 고 녀석! 제자리에서 그냥 곤히 잘 것이지. 눈치 없는 것은 꼭 누굴 닮아서는.’


녀석이 다리 한쪽을 엄마의 허리에 올린 채 목을 힘껏 껴안으며 제 아내를 차지해 버립니다.

‘이런 녀석을 봤나......’

오늘은 할 수 없이 아들과 아내를 동시에 껴안고 잘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제 품 안으로 들어온 아들과 아내의 부피가 느껴집니다. 아들과 아내가 뒤척일 때마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팔과 다리의 근육이 제 피부 세포로 전달됩니다. 저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고, 제가 가진 행복의 전부입니다. 보잘것없는 저에게 이렇게 귀한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납니다.




주말부부인 저에게 세 사람이 뒤엉켜서 껴안고 잠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주중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저를 반겨주는 것은 불이 꺼진 현관밖에 없습니다. 문 안으로 들어서며 집안 이곳저곳 전기 스위치를 올려 어둠을 몰아내려고 할 때, 밥상을 차려 놓고 밥상머리에 혼자 앉게 될 때,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갈 때면, 춥고 허전한 느낌이 삭풍처럼 온몸을 휘감고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나마 어항 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송사리보다 작은 물고기들이 생기를 보태주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을 덥혀 주고 달래 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대전에서 근무하는 아내는 셋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제가 돌볼 수 없어 외할머니댁에서 할머니와 처제의 돌봄 아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처가 옆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고요. 그런 우리 가정이 한데 어우러져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주말은, 생명의 따스함과 가정의 충만함이 다시 충전되는 시간입니다. 가뭄에 시들은 나뭇잎이 단비로 탱탱해지듯이 비로소 생기가 돋아납니다.


그런 면에서 ‘가족’은, 저와 아내와 서현이에게는 신비한 약초와 같습니다. 그걸 한데 섞어 푹 달여서 마시면 그동안 생겨난 모든 병에서 말끔히 낫게 되니까요.


잠꼬대하며 발길질하는 아들에게 얼굴이며 복부를 사정없이 걷어차여도, 선머슴처럼 아무렇게나 자는 아내에게 밀려 침대 맨 끄트머리에 간신히 몸 한쪽을 걸친 채 잠을 이루더라도, 넓고 편하게 혼자 자는 것보다 좁고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잠드는 것이 훨씬 더 살갑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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