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잡은 날

유아의 일기장 07

by 박준택


오랜만에 충청도 예산에 사시는 외숙모님께서 우리 집에 찾아오셨습니다. 먼 걸음을 하신 거죠. 외숙모님은 제 손을 꼭 잡으면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난 네가 결혼하지 않고 살려고 하는 줄 알았더니 결혼 잘해서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고 잘 사는구나. 고맙다.”

어른들 마음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늦게까지 결혼 안 하고 있던 모습을 딱하게 보고 계셨으니 말이죠.


이슬이는 엄마하고만 놀다가 낯선 분이 찾아오셔서 저 이쁘다고 쓰다듬어 주고 맛있는 것도 사다 주시니까 내심 기쁜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외숙모님 주위만 빙글빙글 돌던 녀석이 냉큼 외숙모님의 무릎에도 앉아 보곤 합니다. 녀석의 재롱에 하하 호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다 보니 시간이 꽤 늦었습니다. 외숙모님께서는 이슬이가 귀엽다고 하시면서 과자를 사 먹으라고 꼬깃꼬깃 접힌 오천 원짜리 지폐를 이슬이에게 주시려고 합니다.


“안 돼요. 주지 마세요. 돈 자꾸 주면 이 녀석 버릇 나빠져요.”

거듭 말씀드려도 막무가내로 돈을 주시기에 제가 대신 받았습니다.

“이슬아, 이 돈 엄마가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줄게.”

“네!”




남편이 늦게 오기 때문에 이슬이랑 둘이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녀석이 아까 일이 생각났는지 툭 던집니다.

“엄마 돈 주세요, 돈!”

“이따가 밥 다 먹고 줄게.”

“지금 주세요. 지금!”

아무리 회유하여도 한번 말을 꺼내면 끝장을 보는 녀석이라 지금 당장 내놓으라고 난리를 칩니다.


“엄마가 잘 보관했다가 이슬이 껌 사줄게.”

“아니, 아니, 지금 줘!”

그리고는 식탁에 말뚝을 박습니다.

‘나 원 참, 내가 제 돈 떼어먹기라도 하나......’

어미가 발딱 일어나 오천 원짜리 지폐를 녀석의 손에 집어주자 녀석은 큰 소리로 울면서 난리를 칩니다.


“이슬아, 너 왜 그러니? 엄마가 돈 줬잖니!”

“아냐 아냐, 돈 아냐. 돈 줘.”

하면서 아까보다 더 난리를 치며 웁니다. 그 돈이 바로 외숙모님께서 준 돈이라고 아무리 잘 설명해도 아니라고 울고 떼를 씁니다.


하는 수 없이 주머니에서 돈 꺼내는 시늉을 하다가 오백 원짜리 동전이 있기에 그것을 내보이면서 없다는 증거를 보여주었습니다.

“봐, 없잖아! 이게 네 돈이야?”

그러자 잽싸게 녀석이 오백 원짜리 동전을 낚아채고는 씩씩거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게 내 돈이잖아. 엄마 미워!”


‘흐흐흐 바보!’

아직 이슬이는 지폐가 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봅니다. 오늘 4,500원 땡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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