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일기장 08
이슬이에게는 외삼촌이 딱 한 분 있어요.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는데, 생긴 것하고는 영 딴판으로 조카들에게 사근사근하고 꽤나 자상한 편입니다. 흔히 말하는 깍두기 형 얼굴에 잔디 머리를 하고 다녀서 언뜻 보기에는 조폭 가까운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언니의 두 딸에게는 머리끈에서부터 바비 인형, 미미 인형까지 사다 주는 꼼꼼하고 조금은 능글맞은 면도 있습니다.
서른셋의 나이인데도 집안의 전통을 이어받아 ‘늦게 결혼하는’, 도통 결혼에 관심이 없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순박한 청년이지요. 홀로 계신 엄마에게는 둘도 없는 효자이고, 누나들에게는 다정다감한 동생이고, 조카들에게는 영원한 봉입니다.
그런데 이 총각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심각한 병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생색내기’라고 하는 병입니다. 조카들에게 온갖 선물을 사다 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꼭 자신의 치적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청바지 누가 사줬지?”
“삼촌이요.”
이 소리를 꼭 듣고서야 흐뭇한 표정을 짓는 좀 치사한 중증의 병 아닌 병을 갖고 있죠.
문제는 초등학교 1, 2학년인 조카들에게는 항상 좋은 옷과 각종 인형, 심지어는 양말에 구두까지 사 주는데, 하나밖에 없는 우리 이슬이에게는 국물도 없는 거예요. 선물을 사 와도 가끔 동대문 시장에서 파는 이상한 장난감만 가지고 옵니다. 예를 들면 비눗방울이 나오는 요란한 물총이나, 아주 커다란 싸구려 중국산 자동차 같은 것 몇 개만 아주 가끔 사 주는 것입니다. 그것도 절대 공짜로 주는 법이 없어요. 이렇게 항상 못을 박습니다.
“이거 삼촌이 사 준 거다, 알았지!”
옆에서 보고 있는 제가 조금은 치사한 생각이 들어 씩씩대면서 이렇게 묻습니다.
“너는 왜 우리 아들에게 장난감 같은 거 잘 사 주지도 않고, 사 주더라고 싼 것만 사 주니?”
그러면 글쎄 제 동생이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응, 너무 어릴 때 사 주면 누가 사 주었는지 까먹을 것 같아서.”
‘어휴~,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이슬이 외삼촌이 이슬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