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끝까지 읽어야죠!”
“오늘은 여기까지만 읽자. 나머지 부분은 내일 읽고.”
“어제는 1장을 끝까지 읽어 놓고 오늘은 왜 절반도 안 읽어요?”
“오늘은 양이 너무 많잖아. 그리고, 내용도 거기서 딱 끊어지고.”
“싫어요. 끝까지 읽어요.”
“야아~, 이제 그만 읽고 자자. 졸리잖아.”
“싫대도!!!”
‘요 녀석 봐라.’
“그래? 그럼 계속 더 읽자고.”
오늘 우리 아들 생떼 쓰면서 깃발 날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적, 숙제, 나쁜 태도나 습관 등의 문제로 아빠한테 여러 차례 코너에 몰렸었는데, 오늘은 아빠가 그 짝이 되었네요.
어제부터 서현이랑 잠자기 전에 침대 머리에 앉아 성경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퇴근하고 외할머니댁에 들러 「예수님이 좋아요」라는 월간지로 아들과 함께 큐티를 하였습니다. 2개월 정도 하다가 흐지부지 중단되었는데 아들과 함께 그것을 다시 복구하기로 한 것입니다.
내용이 재미있고 서현이가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많이 들어 있는 <사무엘상>을 먼저 읽기로 하였습니다. 「파워 바이블」이라는 만화를 통하여, 또 주일학교를 통해서 사무엘, 사울, 다윗 등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어왔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낄 것 같아 본문을 그것으로 정한 것입니다.
어제는 <사무엘상> 1장을 읽으면서 양이 그리 많지 않았었는데, 오늘 읽은 2장은 36절까지 나오고 또 절마다 내용도 꽤 길어 3페이지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나의 기도가 끝나는 10절까지만 읽으려고 하였는데, 녀석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절까지만 읽으면 지루하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졸음과 사투를 벌이지 않아도 되고, 후다닥 이불 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읽은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성경을 덮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 읽은 2장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니?”
“엘리랑 두 아들인 홉니, 비느하스가 심판받을 거라고 했잖아요.”
“하나님은 그 사람들을 왜 경멸한다고 하셨어?”
“아빠도 읽었잖아요. 아빠는 그것도 몰라요? 그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나쁜 짓들을 많이 하고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를 멸시까지 하였잖아요.”
어쭈, 요 녀석 제법입니다. 코를 후비면서 읽었는데도 그 내용을 그런대로 잘 꿰고 있네요.
“그런데, 또 다른 내용이 더 있지 않았니?”
“한나요. 한나가 기도했잖아요.”
“그렇지! 그 내용도 있었지. 근데 한나가 무엇을 위해 기도했니?”
“음, 그것은...... 그것은......”
몸을 비비 틀면서 우물쭈물합니다.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의 여러 성품을 찬양하는 개념적인 내용이라 쉽게 정리가 안 되나 봅니다.
“다시 한번 읽은 부분을 살펴볼까?”
어린이용 파란색 표지 성경을 집어 드는 아들의 손길이 무척이나 사랑스럽습니다. 주일 예배 때 교회에 새로 출석하신 어떤 분이 녀석이 예쁘게 생겼다며 신촌 로터리에 있는 홍익문고에서 선물로 사 주신 것인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이 물씬 일어납니다. 집 안에 초등학생 3학년인 아들이 읽을 만한 성경이 없었거든요. 기존에 있는 것들은 문어체에다 한자 말이 많이 들어 있어서 아들에게 권해 주지 못하였는데, 초등학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체로 쓰인 성경책이 아들 손에 쥐어졌으니 얼마나 감사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데, 그분의 어떤 성품을 찬양하고 있니?”
“원수들로부터 구원해 주시고, 거룩하시고, 임신하지 못한 사람도 임신하게 하시고, 우레로 대적하는 자를 치시고, 아빠, 근데 우레가 뭐예요?”
“응, 우레는 천둥이라는 뜻이야. 비 올 때 우르르 쾅쾅하는 거.”
“아하!”
“서현아,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께 무얼 자꾸 달라고만 하는데, 한나처럼 찬양하는 기도도 함께 드리면 그분이 더 기뻐하셔.”
내용 확인까지 마친 아빠가 서현이의 작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합니다. 우리 서현이가 그 무엇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한나처럼 하나님을 찬양하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 되라고 마음껏 축복합니다. 대전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는 아내가 하나님 안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며칠 뒤에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하게 될 특성화 사업도 잘 정리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기도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 기도를 들으면서 아들이 잠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