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일기장 10
뺀질이 녀석하고 하루라도 싸우지 않고 지나가면 정말이지 입에 가시가 생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말끝마다 받아치고 대꾸하면서 반대로 말합니다. 그야말로 청개구리 소년 이슬이가 되어 갑니다.
“이슬아, 장난감을 같이 정리하자.”라고 말하면, 녀석은 “싫어, 엄마가 정리해요!” 하면서 쏜살같이 도망갑니다. 그런가 하면 제가 애써 정리해 놓은 장난감 통을 뒤집어엎고는 깔깔거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두 번은 참고 지나가지만 계속 반복되는 녀석의 심통에 부아가 치밉니다.
“이슬이 너, 엄마 말 안 들으면 너랑 안 놀고 앞집 지호랑만 놀 거야.”라고 협박하면, “싫어, 지호랑 놀지 마, 방구방구야!” 하면서 제 나름대로 욕인지 기분 나쁘다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방구방구야’를 외칩니다.
제가 피곤해서 잠시 누워 있으면 내내 잘 놀다가도 어디선가 나타나 “엄마, 일어나!” 하면서 제 머리를 들어 올립니다. “이슬아, 엄마 피곤해서 그래. 조금만 눕자.” 하고 애원하여도 “싫어, 일어나 방구방구야!” 하면서 한마디로 거절합니다. “이슬아, 난 네 엄마로 태어난 죄밖에 없어, 이러지 마!” 하고 꽥 소리를 지르면,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하고 슬금슬금 뒷걸음을 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책을 숱하게 제 힘껏 가지고 와서는 읽어 달라고 합니다. 처음 한두 권은 정성껏 읽어 주지만, 그렇게 읽어 주는 것이 보통 노동이 아닙니다. 대강대강 건너뛰거나 건성건성 읽어 주면 이 영악한 녀석이 이렇게 떼를 씁니다.
“싫어, 다시 읽어 줘, 방구방구야!”
‘으이그~!!!’
정말이지 입안이 헐고 혓바늘이 돋고 스트레스와 피곤이 쌓여서 이슬이 엄마 그만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그래도 그런 날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슬아, 엄마 힘들어. 안마해 줘!”라고 부탁하면, 녀석이 제 등 뒤에서 안마하는 시늉을 합니다. “아휴, 시원하다. 여기도. 아니 거기. 그렇지, 잘하네. 우리 이슬이 최고!” 하면서 칭찬하면, 녀석은 신이 나서 이런 서비스까지 해 줍니다. 고 조그만 손으로.
“엄마, 다리도 해 줄까요?”
칭찬에 약한 이슬이는 칭찬만 해 주면 청소하는 시늉도 하고 제가 먹은 밥그릇을 재빨리 설거지통에 넣어주기도 합니다. 현관에 있는 신발도 한쪽으로 몰아 놓기도 하고요. 비록 짝이 맞지 않을지라도. 잠잘 때는 또 얼마나 천사인지 모릅니다. 얼굴 가득 평화, 평화가 흐른답니다.
아, 이 맛으로 여태까지 이슬이 엄마 사표 안 내고 잘 참으면서, 청개구리 소년 이슬이와 아웅다웅 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