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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택 Oct 29. 2020

성령을 모독하는 죄

산책의 시간 / 성령 001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를 포함하여 열두 사도를 세우신 후에, 어떤 사람의 집으로 들어가셨다. 그때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서기관들은 예수님을 이렇게 비난하였다. “그가 바알세불이 지폈다”, “귀신의 왕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막 3:22).


  ‘바알세불’(Beelzebub)은 ‘귀신들의 왕’이라는 뜻으로, ‘사탄’을 가리킨다. 따라서 ‘바알세불이 지폈다’는 말은, 예수님 안에 사탄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그들은 예수님이 이전까지 귀신을 쫓아내신 것도 단지 사탄의 힘을 빌려 그렇게 하였다고 평가절하하였다. 만약 그들의 비난대로 예수님 안에 사탄이 들어갔고 그분이 그 힘을 빌려 귀신들을 쫓아낸다는 인식이 유대 사회에 자리 잡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예수님을 잡아 죽일 수 있는 명분이 된다. 그 결과 그것을 노리고 있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 비난 속에는 예수님을 제거하기 위한 무서운 음모도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것을 모르실 분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을 불러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탄이 어찌 사탄을 쫓아낼 수 있느냐 또 만일 나라가 스스로 분쟁하면 그 나라가 설 수 없고 만일 집이 스스로 분쟁하면 그 집이 설 수 없고 만일 사탄이 자기를 거슬러 일어나 분쟁하면 설 수 없고 망하느니라”(23-26절).


  사탄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 나라가 분쟁을 일으켜 망하게 되는 것을 방관할 리 없다. 따라서 예수님이 귀신을 내쫓으신 것은 그분 안에 사탄이 들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을 통해 예수님은 서기관들의 주장을 모순으로 규정하셨다. 동시에 그들의 주장이 모순이기 때문에, ‘귀신들을 쫓아내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하셨다.




  더러운 귀신이 들렸다는 바리새인들의 주장을 무력화시킨 예수님은, 이어지는 말씀을 통해 그들에게 이렇게 경고하셨다. “사람의 모든 죄와 모든 모독하는 일은 사하심을 얻되 누구든지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사하심을 얻지 못하고 영원한 죄가 되느니라”(28-29절).


  예수님은 ‘성령을 모독하는 죄’를 ‘영원한 죄’로 규정하셨는데, 그렇다면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도대체 어떤 죄를 말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예수님이 그렇게 경고하신 배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경고는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향해 “더러운 귀신이 들렸다”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30절). 그러므로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서기관들처럼 그분께 더러운 귀신이 들렸다고 비난하는 것을 말한다.




  예수님이 더러운 귀신에 들렸다는 말은,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부정하게 되면 예수님이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도 부정하게 되고, 또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예수님이 하신 모든 일도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주님의 복음, 즉 그분이 이루신 대속의 십자가와 부활도 인정하지 않게 되므로, 이런 사람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영접할 수 없다. 그 결과 그것이 영원한 죄가 되어 영원토록 사함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단순 명쾌하다. 예수님은 서기관들이 말한 바와 같이 귀신의 지배를 받으신 분이 아니라, 그 귀신을 제압하기 위해 오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시다. 그런 분에게 그들처럼 무례하게 대하지 말고, 즉 성령을 모독하는 죄를 범하지 말고 돌이키라는 것이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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