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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택 Oct 30. 2020

큰 풍랑 앞에서

산책의 시간 / 믿음 004


  한밤중이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리 건너편으로 가고 있었다(막 4장).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큰 광풍이 일었고 물결이 부딪혀 들어와서 배 안에 가득하게 되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제자들은 고물에서 주무시던 주님을 급히 깨웠다. 그리고 주님을 향해 죽게 된 자신들을 돌보지 않는다고 원망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잠에서 깨신 주님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를 향해 “잠잠해라 고요하라”고 명령하시자 바람이 즉시 그치고 바다도 아주 잔잔해졌다.


  이윽고 주님은 제자들을 이렇게 책망하셨다.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하지만 제자들은 주님의 책망보다 자신들이 목격한 사건에 놀라면서 이렇게 서로 주고받기만 하였다. “그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첫째, 주님과 함께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한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경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과 함께하고 그분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면 평탄한 길만 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위 사건은 그 기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두 번째 사실은, 그 위험을 통해 비로소 놀라운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제자들이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주님과 함께 건너편으로 배를 움직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큰 광풍을 만나 죽을 위험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위험의 뒤안길에서 주님이 바람과 바다를 잠재우신, 크고 놀라운 일도 경험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설령 그 앞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그 위험 너머의 놀라운 경험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세 번째 사실은, 믿음이 없으면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고 원망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원인은, 주님이 책망하신 대로 그들에게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믿음이 있더라도 그 믿음이 작았기 때문에, 커다란 풍랑 속에서 주님처럼 그렇게 평온하게 잠을 청하지 못하였다. 만약 그들에게 큰 믿음이 있었다면, 평온하게 주무시는 주님을 보면서 그분처럼 코를 골면서 잠을 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사실은, 바로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셨기 때문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였다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그와 같은 분이 여전히 어수룩하기만 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가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놀라운 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때처럼 주님은 오늘 우리와 함께 작은 배를 타고 소원의 항구가 있는 맞은편으로 건너가려고 하신다. 주님은 그 앞길에 큰 풍랑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것을 예고하신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하면 그 풍랑 너머에 있는 놀라운 일을 경험할 수 있다고 약속하신다.


  그 약속 앞에서 찬송가 302장 4절 가사는 우리에게 이렇게 도전하고 있다. “자 곧 가거라 이제 곧 가거라 저 큰 은혜 바다 향해 자 곧 네 노를 저어 깊은 데로 가라 망망한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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