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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Jan 22. 2016

겨울

옷 소매를 적시고,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잔뜩 무거운 구름을 보니 내일 즈음 올 것 같더라. 내일은 양 손이 무거울 것 같아 우산을 들 수 없을텐데, 내 상황에 배려따윈 없이 너는 오고야 말 것이다.

예상보다 세차게 떨어지는 겨울비 빗방울에 내 우산은 소용이 없었다. 기어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머리, 어깨위에 툭툭 떨어졌다. 온 몸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오래도록 올지 모르는 비에 시간이 흐르길 마냥 기다려 보기도 하지만 맘처럼 쉬이 지나가지 않는다. 혹시나 창밖을 내다본게 무색하게 만드는 이 비에 체온이 떨어지고 머리도 지끈대기 시작한다.

이토록 차가운 비는 가을동안 말라있던 나뭇잎이 활기를 찾게하고, 호수를 가득 메울테지만, 어깨위에 떨어질 한 방울도 용납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비에 그다지 너그럽지 못하므로.


다행히도 집으로 가는 방향은 잃지 않았다. 비를 피하느라 자주 멈칫거려 시간이 오래걸리긴 했어도, 돌아가진 않았다. 다 도착해 생각해보니, 이따금씩 마주하던 따뜻한 난로와 오두막이 새삼 쓸모가 굉장하더라.

바짓자락에 떨어진 빗방울이 쉽게 마르지 않아 일단은 벗어두려 한다. 시간이 지나 새로 입었을 땐 흔적조차 없길 바라본다. 너는 꼭 이 겨울에 왔어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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