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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Jun 01. 2024

때가 되어야 알 수 있는 것들

믿음의 가족들을 회상하며

중고등학교 시절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참 불편한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에 어르신이 옆으로 오면 무조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사회분위기로 꿋꿋하게 자리를 버티고 앉아 있으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암묵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지라 너무 피곤하면 눈을 감고 자는척하던지 '나는 바보라 아무것도 몰러유~'하는 사회부적응자가 되던지 둘 중의 하나였습니다. 일단 나보다 나이가 많고, 머리카락이 약간 희다 싶으면 자동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여기 앉으세요!" 하면서 최대한 예의 바르고, 온화한 미소로 정중하게 손짓을 합니다. 그런데 굳이 자리를 사양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멋쩍어하는 어르신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저 또한 "어른"의 자리에 올라오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이 "노인"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어쩌면 창피해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수술대 위에 누워 전신마취를 기다리는 마음을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듯이, 인생의 수많은 절곡점을 넘기 전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신비한 정서들이 있습니다. "때가 되어야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연재를 해도 될 듯합니다.



골로새서는 중국어로 꺼루어씨수(歌罗西书)라고 표기합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当用各样的智慧,把基督的道里,丰丰富富的存在心里,(或作当把基督的道里丰丰富富的存在心里以各样的智慧)用诗章,颂词,灵歌,彼此教导,互相劝戒,心被恩感歌颂神。”

그 의미가 골로새서 3장 16절의 “시와 찬송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내용에서 “노래(歌)”자를 차용하고, 골로새라는 도시가 로마(罗马)의 서쪽(西) 소아시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歌罗西”라는 지명으로 음역 하지 않았을까 마음대로 추측해 봅니다.


골로새서는 빌레몬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골로새교회의 예배장소를 빌레몬이 자신의 집을 개방해서 교회로 사용했다고 하고,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골로새교회의 빌레몬에게 그의 종 “오네시모(阿尼西母)”로 인해 옥중서신을 보낸 것이니 특별하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빌레몬(腓利门)의 아내는 압비아(亚腓亚), 아들은 아킵보(亚基布)라고 알려져 있는데 아킵보는 에바브라(以巴弗)와 같이 골로새교회의 지도자였습니다.


성경에 보면 믿음의 가족들이 나옵니다. 방금 골로새교회의 빌레몬, 압비아, 아킵보가 한 가족이었고, 구레네 사람  시몬과 그의 아내 알렉산더, 아들 루포 그리고 부리스길라와 그의 아내 아굴라는 초대교회에서 잘 알려진 부부입니다.


30대 초 젊은 부부로 몇 군데 교회를 다녔습니다. 아기를 등에 업고, 유모차를 끌며 주일예배를 드리고, 전교인 체육대회다 수련회다 여름성경학교다 하면서 교회행사가 있을 때면 연세 드신 집사님이나 장로님들이 우리 부부를 배려해 주면서 얼마나 예뻐해 줬는지 모릅니다. 당신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시면서도 그중에 쉬운 일만 거들며 흉내만 내어도 대견해했던 모습들이 생각납니다. 공동체 안에서 얼키고 설킨 깊은 이야기나 관계의 아픔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우리에게 잘 대해주는 목사님, 사모님, 장로님, 집사님들께 감사하며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어느 날 열심히 봉사하는 집사님 가족이 다른 교회로 옮기셨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어떤 분은 상처를 받고 떠났다는 이야기, 사업 때문에 힘들었지만 어떤 이유로 극복했다는 말도 들려오지만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내온지 여러 해를 보내면서 "시간은 흐르고, 강물은 흐르고,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태양이 비추고 봄 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온다“더니  어느덧 우리 부부도 나이 많은 집사님이 되어 있습니다. ㅠㅠ


이젠

2-3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교회에 오는 젊은 부부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고, 아무것도 안 해도 그 가족들이 너무너무 예쁩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대소사의 뒷이야기하며, 함께 기도하고 눈물 흘리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접하고, 믿음으로 신앙의 재기를 소망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달려가는 모든 믿음의 가정들을 보게 됩니다.


골로새서를 읽다 보니, 초대교회 믿음의 성도들과 지나온 세월 속에 삶을 나누었던 수많은 믿음의 가족들이 뭉클뭉클 스쳐 지나갑니다. 이제 나이 든 내 모습도, 어른된 우리 부부의 모습도 나중에 나중에 아주 나중에 때가 되면 우리도 젊은 부부들의 회상으로 남아 있겠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어야 할 텐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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