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해석할 능력
연말이 되면 각종 시상식이 줄줄이 열리고, 연예계는 내내 들썩입니다. 올해의 10대 뉴스(十大 뉴스), 100대 뉴스, 올해의 키워드/트렌드 TOP100 등도 발표를 합니다. 올해 초 화제였던 아이유 주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백상예술대상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고 하죠. 저는 시기를 놓쳐 보지 못했지만, 아이유 씨의 연기가 대단했다고들 하더군요. (노래, 연기, 외모까지… 참 다 가진 사람이구나 싶습니다)
예전에는 시상식에서 주연 배우가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며 '주연이면 당연히 상 받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해, 수상 자체를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좋은 작품이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출자의 의도와 배역을 완전히 구현하는 데는 배우의 역량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사는 잘하더라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다른 배우는 말없이 표정과 눈빛, 미세한 몸짓만으로도 시청자에게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청자는 배우와 교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작품 속으로 몰입이 되게 마련입니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나비족이 동물·자연·타인과 교감하며 영적 네트워크를 이루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I see you'는 단순히 '너를 본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너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너의 영혼을 본다'는 깊은 교감을 뜻합니다.
우리 딸아이의 반려견은 비숑 프리제입니다. 생후 네 달쯤 되어 분양받아 함께 지낸 지도 몇 해가 지나, 이제는 정이 들 만큼 들어서 한동안 보지 못하면 그 정신없이 들뜨고 설치는 모습마저 그리울 지경입니다. 그런데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속닥속닥) 얘가 너무 착하고 순하긴 해도, 머리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뭐랄까… 교감이 잘 안 된달까요. 물론 사람이 아니니 완벽한 교감이 있을 리는 없지만, 여동생의 반려견인 푸들 '트리'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합니다. 마치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동생 말로는 실제로 '교감'이 이루어진다고 하더군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정도의 교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최소한의 감정선(感情線)은 필요해 보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그런 사람의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비 오는 새벽녘, 폐지를 줍기 위해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나오는 노인의 발걸음이 보이고, 허름한 옷차림으로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긴 행렬에서 빈곤이 남긴 피로를 읽게 됩니다. 어쩌면 성냥팔이 소녀의 불 꺼진 성냥이 눈 위에 흩어져 있을 때, 나는 창 안쪽 화목난로 앞에서 따스한 차 한 잔의 행복을 누리는 딴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교감을 갖는다는 것은 돌아보는 것이며, 마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결국 교감은 필요를 알게 하고, 내가 할 도리를 찾아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연말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한 해 동안 관객과 시청자에게 가장 많은 교감을 나눴던 사람들이 아닐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마음을 나누었는가가 바로 대중의 득표로 연결된 결과라 생각합니다. 모찌가 1년쯤 더 지나면 조금은 서로의 마음을 더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교감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찌야, 우리 천천히—하지만 꾸준히 서로를 이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