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잠시 기대어

잠시라도 쉴 수 있다면

by 위엔디

창문 밖 돌출간판 위로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았다. 자리가 좁은지 안착하지 못하고 날갯짓하다가 다른 건물로 날아간다. 길 건너편 빌딩의 옥상 파라펫 위를 도도하게 거닐며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다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미끄러지듯 비행한다.


치열한 땅 위의 먹이사슬에서 벗어나, 긴장을 풀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땅속이나 땅 위나, 하물며 물속에서도 상위 포식자는 하루를 살기 위해 쉼 없는 사투를 벌인다. 먹고 먹히고, 피하고 공격하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살아 있다는 것은 늘 경계 위에 서 있는 일이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비둘기 한 마리를 보며, '넌 잠시라도 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니?'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하늘이라고 천적이 없으리란 법도 없지만, 높은 꼭대기에 앉아 인간사 세상을 내려다보고 잠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여유는 땅에 묶인 것들과 감히 비교될 수 없으리라.


비둘기 하늘을 날며(飛鴿)

飛鴿上天高
悠然息自好
俯瞰人間事
翱翔比地勞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비둘기
느긋하게 쉬니 참으로 좋구나
인간사 세상 내려다보며
땅의 수고와는 비교할 수 없네


Chat GPT를 이용해서 漢詩(한시)로 적어보았다. 김삿갓처럼 멋들어지게 詩 한 수를 뽑아내는 시흥(詩興)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만한 실력이 못되니 인공지능님께 부탁해 보니 그럴싸하다. (풋)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편 90장 10절의 말씀이 유난히 마음에 꽂힌다. 한 마리 고고한 비둘기가 부럽게 여겨지는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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