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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Apr 23. 2024

소통

그 힘든 여정......

  孔明揮淚斬馬謖(공명휘목참마속), 제갈량이 통한의 눈물을 머금고 자기 휘하의 장수 馬謖(마속)을 참(斬)할 수밖에 없던 것은 정한 규율과 법의 잣대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세간에 몇 년간 회자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내로남불"용어가 너무도 편하게 사용되는 것은 눈 찡긋 웃어넘기는 공세전환의 방패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공사현장에서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은 정말 중요하지만 그 여정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다는 불변의 진리(?)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해진 금액 내에서 최선을 다한 시공자는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건축주에게 서운함이 있고, 건축주는 이렇게 많은 돈을 줬는데 이것밖에 안 해주니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것이 아니겠지요. 현장 경험상 전체 공사건수의 7할은 결국 심한 말이 오고 가야 공사가 일단락될 뿐 아니라 2할은 공사를 마쳐도 서운함이 가득한 채로 애써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 절친, 가족의 일은 맡지 않겠다고 손사래 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돈을 벌지 못할지언정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겠지요.


  어떤 이는 그래서 계약서가 중요하고, 모든 것을 서류로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침을 튀기면 이야기합니다. 절대로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수백 장의 서류를 만들어도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백약이 무효처럼 모든 서류가 분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렇다고 서류를 만들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건축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와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뢰와 합의 속에 서류를 만드는 것이지 불신 속에서는 어떤 계약도 순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준과 원칙이 중요하지만 그것의 작동 원리는 신뢰와 믿음입니다. 건설현장에서 "나는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가? " "나는 나에게 성실한가?" "나는 기술자로서 시공기준을 준수하고 있는가?" " 클라이언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내가 최대한 해소하려고 하고 있는가?" 끊임없이 자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갈량처럼 규율과 원칙에 입각해 자기 장수를 목 베는 엄격함은 갖지 못하더라도 고사(古事)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마음으로 받는 지혜가 필요하리라는 것입니다.


  비록 소통이 어렵고 힘든 여정이지만 나머지 3할의 클라이언트가 엄지 척을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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