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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Apr 23. 2024

심리적 공간배치

Environmental Psychology in Architecture

  예전에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무슨 탈출영화 같은데, 수용소의 한 장교는 일정한 시간에 막사 중앙까지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오다가 일정한 장소에서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들어가는 습관이 있습니다. 죄수들은 그 장교의 행동패턴을 이용해서 사전에 그 자리에 휘발유를 뿌리고, 길게 연장해서 연료창고까지 연결을 해 놓습니다. 결과는 예측한 대로 이어졌고, 연료창고는 폭발을 일으키며 대탈출이 실행됩니다.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환경 심리학(Environment Psychology)의 한 영역입니다. 특히 건축분야에서 인간의 행동에는 패턴이 있고, 그것이 심리적인 것과 연동되어 건축환경에도 그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건축 환경 심리학 (Architectural Environment Psychology)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크리스토포 알렉산더의 패턴랭귀지 (A Pattern Language by Christopher Alexander)나, 숨겨진 차원 (The Hidden Dimension by Edward T. Hall), 도시 이미지(Image of City by Kevin Lynch) 등은 이 분야에 있어서 참 흥미로운 책들입니다.

     

  충주의 한 유치원을 신축할 때, 주출입구 진입로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습니다. 울타리 주출입구에서 현관 주출입구까지 2미터 폭의 진입로가 이어져야 하는데, 놀이터 법적 면적을 충족하려면 진입로 폭을 1미터가량이나 침범해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도로 폭이 현관 출입구 폭보다 작아지게 되어 건물의 배치가 여간 어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놀이터의 법적인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진입로로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건물 주출입구 폭은 2미터, 주도로는 1미터인 상황에서, 우선, 도로는 1미터로 유지하고 그 경계는 낮은 화단 경계석을 설치하면서 1미터는 잔디로 식재를 합니다. 그리고 주출입구 폭에 맞춰 마당 출입구까지 2미터 폭에 맞춰 열주형식의 단풍나무를 심게 했습니다. 건축심리학적으로 열주(列柱)는 강한 진입성을 갖게 합니다. 이곳이 ‘들어가는 곳이고, 주출입구다’라는 무언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또 주출입구 도아폭과 진입로의 폭을 열주의 조경식재가 선점하게 되어 바닥의 불균형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유의 해법이 건축과 환경, 인간의 행동 심리를 건축에 적용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병환으로 타계하신 제 지도교수님은 거주후평가 (POE ;Post-Occupancy Evaluation)로 많은 연구를 하셨는데, 이 역시 인간과 환경, 행태에 관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실제 삶과 행태가 건축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되어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건축현장을 관리하고 시공하면서, 이제는

그 만들어진 공간이 기술적 문제를 처리하는 일차적 테크닉에서 벗어나 거주자의 마음을 만지고, 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환경과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어드바이저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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