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세상을 가사로 만들어
취미가 다양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어느 덧 취미를 넘어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어쨌든 뭐든 시작은 취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만 해오던 몇 가지를 실행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뮤지컬 보컬 레슨이다.
수업을 받으면서 들었던 말 중에 인상 깊은 말들이 있었다. 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것은 마치 소리를 넘어 세상의 이치를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소리의 길을 만들고 나서 소리를 낼 때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소리를 앞으로 내보낼수록 듣는 사람은 듣기 편해져. 그러니 소리를 앞으로 내보내야해. 관객이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이 말은 오랫동안 어쩌면 아직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말에 해당한다. 소리를 앞으로 내보낸다니?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소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어떤 소리는 뒤로 후퇴한다고 한다. 그 감을 완벽히 잡아내지 못해서 많이 허덕였고, 아직도 이것이다 라는 생각은 들지 못했지만,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하는 아리송한 상태 정도가 된 듯 하다.
소리를 앞으로 내보내는 데는 많은 힘이 들어진다. 내가 많은 힘을 들여 소리를 앞으로 내보낼수록 듣는 사람은 힘을 들이지 않고 가까이 다가온 소리를 들어낼 수 있다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고 수업을 나오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이건 뮤지컬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 같아.’ 였다. 마치 소리를 보내는 것은 오직 상대방을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닌가. 이 행동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 배려의 행동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환경에서든 타인을 향한 배려가 깃들어진 자리에 불편함이 자리 잡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인상 깊었던 내용은 비브라토, 바이레이션을 배울 때 였다. 비브라토를 연습할 때는 처음 영어를 배우는 학생과도 같은 마음이 되었는데, 또박또박 천천히 정확하게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유창함 보다는 정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천천히 정확하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유창해 질 수 있어.
그러니 처음엔 어색해도 또박 또박 소리를 내야해.”
비브라토가 들어가야 하는 가사의 자리를 늘여트려, ‘자라나’ 라는 가사를 ‘자라나아아아아아아’ 라고 부르면서 노래는 우스워졌고, 나는 자꾸만 연습을 피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단호하게 기묘한 가사를 읊도록 했다. 우스워진 상태를 지나 어느 덧 그 상태마저 익숙해졌을 때 선생님의 말은 가끔 소리가 아닌 세상의 이치를 말하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것이든 처음에는 서툴러도 정확하게 하다보면 속도가 붙는 것처럼. 그러니 처음에는 우스운 상태가 되고 뚝딱거리더라도 그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있기 마련이니까, 처음부터 유창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언제나 처음인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내가 노래를 부르면서 처음이 어때서, 원래 처음엔 다들 서툴러 라고 당당하게 내뱉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2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흐르면서 나는 어떤 마음을 또 배우게 될지 기대된다. 노래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내가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