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관상, 주역
<소식 주의자> 책을 보고 나서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 음식의 절제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고 했다. 그동안 나는 먹는 게 우리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내가 운이 좋아지게 하려고 애썼던 건 바로 풍수였다. 풍수는 집안의 방향이나 가구 배치 등에 따라 좋은 운을 불러 올 수도 있고 안 좋은 운을 불러올 수 있다. 나는 늘 좋은 운이 들어오게끔 현관을 깨끗이 했고 집안 전체를 깨끗하게 관리하려고만 애썼다.
그런데 음식은 절제함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하고 집은 풍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좋은 운을 불러온다고 한다. 집과 음식은 우리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3대 요소 중 하나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의衣다. 옷을 입는 데도 뭔가 의미기 있겠구나 싶었다. 집안에 좋은 운을 불러오는 건 풍수요. 음식으로 바뀌는 건 우리의 관상이고, 주역으로 봤을 때 우리가 걸치는 옷은 또 다른 의미의 운을 불러온다고 한다. 옷 입는 것 또한 운과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주역학자 김승호 선생의 인터뷰 글이다.
그가 펴낸 주역을 응용한 운명 경영서의 제목은 <돈보다 운을 벌어라>는 책이다. 옷이란 운명을 끌어들이는 문이라고 했다. 몸이라는 것은 영혼에 입혀진 옷이라 한다. 운을 정착시키는 장식, 귀걸이와 목걸이는 운이 들어와 정착시키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성은 자체가 아름다움을 상징하므로 일반적으로 예쁘게 치장하면 좋다고 한다. 여성에게 옷이 많으면 행운이다. 집안에 예쁜 옷이 많으면 그 자체가 일종의 부적이라고 한다. 옷장이 단출한 사람들은 운이 좋지 않다. 사치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정도의 옷이 있어야 한다. 여자가 화장을 안 하면 게을러서 안 하는 거라 아주 흉한 거라고 한다. 검소함과 수수함은 운의 관점에선 미덕이 아니란 얘기다.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도 안 좋다. 옷을 입는 중요성에 대하여 인터뷰한 글을 발췌해 봤다.
https://m.mk.co.kr/news/culture/view/2013/04/293321/
나는 이 글을 보며 또 한 번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옷은 수수하게 입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옷차림에 대해 이렇게 운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당장 미용실에 가서 머리라도 하고 와야 될 것 같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화장도 열심히 하고 다녀야 할 것 같고 그동안 액세서리는 거의 하지도 않고 지냈는데 귀걸이라도 해서 달고 다녀야 되나 갑자기 쇼핑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 마음이 불끈 솟아올랐다.
음식을 절제하라는 말속엔 음식뿐만이 아니라 모든 절제가 들어 있다고 했는데, 꾸미고 치장하는 것이 운을 가져다준다고 하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진다.
안 그래도 살이 너무 빠져 옷은 다 헐렁해 보기 싫어졌는데 그러고 다니면 안 된다고 하니 옷도 새로 사 입어야 되나 싶다.
의식주 각각에 이런 운과 운명을 불러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하도 내 생활이 궁핍해지다 보니 온갖 생각이 운과 운명과 소식과 절제라는 틀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적당히 하고 살면 되는데 너무 의미부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운이라는 게 진짜로 있는 건지 운명이라는 것이 바뀌기라도 하는 건지, 내 운명은 좋은 운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안갯속에 서있는 것 같은 지금의 나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좋은걸 따라가고 싶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