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부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눈을 떠 커피 한잔을 내리기도 전에 무언가 급하게 막 찾는다. 며칠 전 SNS를 보다가 글쓰기 관련 강좌가 내 눈에 뜨였는데 요즘 듣고 있는 강좌가 너무 많아서 지나쳤다. 그러다 오늘 아침 갑자기 그 강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가입해 둔 클래스 강좌를 뒤지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어딨는지를 몰라 헤매던 중 다른 글쓰기 강좌가 내 눈에 들어왔다.
<1일 1 책 1억 직장인 작가의 책 읽기와 글쓰기> 이 강의 제목이 내 눈에 걸려 버린 것이다. 1일 1 책이라?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도저히 궁금해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이 플랫폼의 수강료는 한 달 이용권, 1년 이용권 이런 식이다. 최근 한 달 이것저것 듣는 강좌비로 너무 많이 써서 한 달짜리로 끊고 보기로 하고는 바로 결제버튼을 눌렀다.
책을 읽게 된 계기와 읽고 나서 생긴 변화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강의는 시작된다. 우울증이 오고 불면증이 오면서 시작했다는 1일 1 책은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9년간 매월 읽은 책의 권 수를 표시해놨는데 거의 한 달에 30권 이상의 책이 표시돼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슬럼프가 왔을 때 한 두 달은 좀 비어 있긴 했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이기도 하면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대학원까지 다니던 학생으로서 어떻게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었단 말인가? 의문은 다음 강의에서 계속 이어졌다.
아침 15분, 일찍 출근해서 아침에 1시간, 점심시간 활용, 저녁에 무조건 1시간, 출퇴근(등하교) 시간 대중교통 이용 시 틈틈이. 그러기를 10년째 아직도 ing라고 한다.
강의 타이틀을 보면 1일 1 책 1억이다. 이 말은 그렇게 1일 1 책을 읽으면서 쌓아 온 현재의 경제적 능력이라고 한다. 책 읽고 글 쓰는 걸로만 연봉 1억을 번다. 직업 외 부수입이란다. 최근엔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책도 몇 권 냈고 강의도 다니고 TV 출연도 했었다고 한다. 연봉 1억이 많고 적음을 떠나 1일 1 책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글쓰기를 하겠다던 나의 8월 책 읽기 목표는 고작 다섯 권이었다. 뭔가 뒤통수 한 대를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겨우 책 5권 읽고 글쓰기를 하겠다는 나의 다짐이 좀 우습게 느껴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자책할 시간도 없이 나는 바로 다짐했다. 오늘부터 1일이다. 실행력이 좀 빠른 나는 바로 책 한 권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권을 읽는다는 건 생각을 못해본 건 아니지만 도전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이 책 읽는 강사의 환경을 나와 비교해 보자면 나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물론 요즘 블로그 2개 포스팅, 브런치에 글, 일기 쓰기까지 글쓰기만 4개인데 과연 책 읽을 시간이나 있을까 싶지만 블로그에 힘을 좀 빼기로 했다. 블로그 한 개는 정성을 좀 덜 들여도 되고 일기는 10~20분 정도 쓰면 된다. 모든 시간을 책 읽기에 쏟으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따져보니 아침에 2시간은 날 것 같고, 점심에 요가를 줄이고 책 읽는 시간을 주 2~3회 정도 2시간 가지면 벌써 4시간인데, 집에 와서 2시간만 책을 본다 치면 하루에 한 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는데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서 6시간~7시간은 잡아야 될 것 같은데 빨라지면 1~2시간 안에도 읽을 수 있게 된다고 하니 매일매일 읽으면서 속도를 내보자. 업무시간엔 회사 뉴스 스크랩도 꼼꼼히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지.
오늘 또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서 나는 놀랍도록 변화되는 나 자신을 보며 앞으로도 계속 희망이 나를 부를 것만 같았다.
안 그래도 어제 읽고 싶은 책이 있어 ‘밀리의 서재’를 다시 구독하게 됐는데 뭔가 나를 독서와 이어주려고 했나 보다. 마침 <소식 주의자>라는 책을 읽고 싶었어서 오늘 그 책을 4시간 만에 다 읽어냈다. 책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빨리 끝낸 것 같다.
소식 주의자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도 잠깐 언급 한 적 있지만, ‘음식의 절제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는 깨달음의 통찰을 쓴 관상가의 얘기다. 이 책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얘기하자.
오늘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1일 1 책이 재밌어졌다. 8월 다섯 권의 목표가 1일 1 책으로 바뀌다니. 요즘 책을 읽으면서 자주 깨닫게 되는 거지만 한동안 책을 놓고 살아온 것이 좀 후회되기도 한다. 책을 읽는 시간도 좋고 책에 담긴 내용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것도 좋고 글로서 또 표현할 수 있어서 더 좋다.
그래, 앞으로 내 인생의 꽃길은 내가 만드는 거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소식 주의자>에서 배 속을 8할만 채우면 병이 없고 6할만 채우면 천수를 누린다고 했다. 나는 6할만 먹어도 행복할 것 같다. 천수하는 그날까지 책으로 행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