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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Aug 18. 2022

어떻게 46kg, 인생의 무게도 가벼워지길

소식 주의자

소식만 할 뿐인데 자꾸자꾸 내려가 내려가.

좋아해야 할 일인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사실 기분은 째진다. 태어나서 이런 체중은 중학교 때 있었을 법 한데. 소식이 좋으니 술을 멀리하게 되고 약속도 안 잡게 된다.

주 중 3회 이상은 낮에 요가를 하고 가볍게 점심으로 삶은 계란 2개, 견과류 한 봉, 천마차 정도만 먹는다. 요가를 가지 않는 날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책을 보거나 저품질 블로그 탈출 방안에 대해 연구한다. 저녁은 퇴근 후 집에 와서 채소와 닭가슴살, 아니면 파스타 조금 먹고 저녁시간을 여유롭게 보낸다.


그렇게 꾸준히 지내다 보니 46kg이라는 숫자를 보았다.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이럴 생각도 없었고 이렇게 더 내려갈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늘은 요가를 가지 않아 체중을 재보진 않았지만 내일이면 45대까지도 내려갈 것 같은 몸이다.

55 사이즈도 맞지 않아 스커트며 바지 모두 골반에 걸치고 다닌다. 44를 입어야 할 것 같다. 다행인 건 골반이 있는 편이라 지금 옷들은 골반에 걸쳐져서 입고는 다니지만 진짜 볼품없어 보인다. 몸이 가벼워지니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 역시 술은 인생의 적이었나 보다. 그 옛날 어떻게 그렇게 매일 술을 퍼마시고 다녔을까?


옆 집 사는 회사 동료가 오늘 저녁밥 같이 먹자고 하는 걸 핑계를 둘러대고 거절했다. 술을 좋아하는 동생인데 집에 가서 밥만 먹고 금방 나오는 것도 미안할 것 같아 그냥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 오피스텔로 이사를 오게 된 것도 그 친구가 옆에 살아 술친구 삼아 따라온 건데 난 곧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


사실 소식을 하게 된 이유는 다이어트 이후 요요현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더 더 더 소식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최근엔 유튜브를 잘 보지는 않지만 우연히 내 피드에 걸린 <소식 주의자>라는 책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영상을 봤다.



“음식은 절제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소식은 부와 장수를 불러온다. 칼에 맞아 1년 안에 죽는 관상이라 들은 저자 <미즈노 남보쿠>는 스님이 되기 위해 절로 갔고 1년간 보리와 콩을 먹으면 입문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1년 동안 보리와 콩을 먹으며 지냈다. 그 후 다시 관상가를 찾아가 물었더니 큰 공을 세운 것 같다며 죽을 운이 바뀌었다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 뒤로 스님이 아닌 관상가의 길로 들어서며 단식과 폭포 수행을 통해 깨달은 바는 운명은 ‘식’에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용이 너무 좋아 영상을 끝까지 보며 마치 그 영상이 전하는 메시지가 나에게 뭔가 전달하려고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소식에 대해 좀 더 진지해졌고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제는 좀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마침 오늘 보고 싶은 책 <클루지>이 있어 구독을 중단했던 ‘밀리의 서재’를 다시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소식 주의자> 책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당장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한 소식이 아닌 진정한 소식의 의미를 잘 새기고, 건강하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소식하는 사람은 겉보기엔 약해 보이지만 진정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이라고 한다. 들었던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었는데 제철에 나오는 과일을 가장 먼저 먹겠다고 하는 사람은 욕심이 과해서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한다. ㅎㅎㅎㅎ


웃음이 난 이유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우리 집에 와서 자랑하듯이 하는 얘기가 있었다. “우리 집은 과일은 최고 좋은 것만 사 먹는다고” 난 그 얘기를 들을 때 그게 자랑인 건가 싶었다. 난 태어나서 최고 좋은 과일을 먹어 본 적이 없는데, 최고 좋은 과일엔 금이라도 붙었나, 속으로 생각했다. 먹는데 욕심내면 사업이 망하고 병이 난다는데, 딱 그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제주 우리 집 바로 옆에 집을 짓는 다는데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다행인 건 남편이 먹는데 욕심이 없어 내가 소식해서 절제하는 걸 크게 뭐라 하지 않고 본인도 적게 먹어야겠다고 하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항상 비어 있는 냉장고가 배부른 나는 앞으로 더 비워질 냉장고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단식과 소식을 시작한 지가 벌써 5개월이 다 돼간다. 이만하면 꾸준히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호리호리 해진 몸을 보면서 더 젊어진다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살아보자.



저녁식사 한끼(접시는 한뼘밖에 안되는 작은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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