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려고 한건 아니었다.
60kg에서 44.4kg까지 현재 진행 중.(6개월째)
키는 161cm. 살찐 체형도 마른 체형도 아니 그냥 딱 보면 평범한 몸이다. 스스로 하체(허벅지 종아리 튼실) 비만 체형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 생각이 내 몸을 늘 그 수준에 머물러 있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렸을 적엔 혼자서 삼겹살을 한 근 반(900g)을 먹었고 라면도 어떤 날엔 하루 6개씩 먹을 정도 성인이 되어서도 1일 1 닭을 할 정도로 잘 먹어서 건강하다는 생각으로 뱃속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의 양을 늘 채우고 살았다. 내 건강의 비결은 잘 먹는 거였고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체력을 뒷받침해 준다고 생각했다.
몇 년에 한 번씩 다이어트를 할 때만 빼놓고는 최근까지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올해도 여전히 60kg의 숫자를 보고서야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10여 년 전부터 늘 하던 다이어트 방법 중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다이어트였고 일주일에 무조건 5kg 감량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이기도 했다.
올 3월 회사 동료들과 함께한 제주 2박 3일의 출사 사진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수도 안 한 얼굴에 어디서 굴러다니는 노란 고무줄로 묶은 머리 뭉치는 빗자루보다 더 거칠고 보기 흉했다. 남편이 자기 안 맞는다고 입으라고 준 똥 싼 바지 같은 옷에 젊은 친구가 입었으면 예뻤을 화사한 청록색 니트는 다 시들어빠진 꽃잎처럼 쭈글쭈글한 할머니 옷으로 둔갑해 있었다.
와, 저 모습이 나의 모습이었던가? 아무리 친한 회사 동료들이라지만 그런 모습으로 제주에 오는 손님을 마중 나갔던 것이다. 나는 그 사진 한 장을 보면서 내 모습에 너무 놀라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했던 다이어트는 다양하다. 모두들 다 한 번씩 해봤을 법한 것들이다. 덴마크 다이어트, 바나나 식초, 레몬 디톡스, 운동, 한약, 체중감량 보조제 등이다.
운동과 식사조절만으로도 감량이 된다는 걸 나는 20년 전에 체험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좀 극단적인 편이다. 그리고 잘한다. 밥을 안 먹는다. 술 끊는다. 친구도 안 만난다. 혼자 있는다. 마음먹으면 다 되는 일들이다. 또 실천도 빠르다.
이번에 얘기하려고 하는 요지는 살이 빠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살 빼는 건 많이 해봤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도 몰랐던 내 몸의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나는 하체비만형이 아니었다.
1차, 2차, 3차에 걸쳐 살을 뺀 후 요요만은 이제 만들지 말자는 각오를 하고 소식을 시작했다. 술의 유혹은 아주 조금씩만 하면서 절제했고 음식도 최대한 적게 먹기 시작했다. 단지 소식만 했을 뿐인데 50kg에서 조금씩 빠지기 시작해 44kg대 까지 내려왔다.
이렇게 빠진 내 모습은 나도 보고 놀라울 정도다. 하체 튼튼 허벅지에 살들이 다 사라졌다. 상체는 워낙 빈약한 스타일이라 빠져도 그러려니 했지만 갈비뼈가 다 드러났고 레깅스 요가복은 허리가 남아돌고 허벅지 공간에 여유가 생긴다. 평생? 을 이런 몸이 될 거라 기대도 안 했고 원한 적도 없다. 솔직히 덕지덕지 붙어있던 살들이 떨어져 나가니 이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5kg 이하로만 유지하자는 마음이 굳혀졌다.
이렇게까지 살이 빠질 거라는 걸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49kg이 나의 한계치라는 고정관념에 나를 묶어두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소식 식단으로 살을 뺐다는 요리연구가의 책을 본 적도 있었다. 그때도 설마만 외쳤지 소식이 살을 빼줄 거라고는 의심만 했었던 것이다.
소식, 즉 적게 먹는 습관은 쉬운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적게 먹으라고 말할 수도 없다. 안 먹는 즐거움을 내 몸이 느껴야지만 할 수 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보조식품을 사 먹는 돈으로 다이어어트에 도움이 되는 책을 보면 된다. <소식 주의자>, <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이 빠진다>, <과식하지 않는 습관> 등 책을 보면 시간도 잘 가고 다이어트 보조제나 운동하는 것보다도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매일 자신의 얼굴을 사진 찍어서 들여다봐라. 자신의 모습은 가장 잘 볼 수 있는 건 거울이 아니라 사진 속 모습이다. 살이 찌면 더 늙어 보인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노화의 속도를 빠르게 진행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화는 나이 먹어서 오는 게 아니라고 한다. 노화는 질병이라고 한다. 무분별하게 먹는 식습관은 우리를 빨리 늙게 만든다. 연예인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젊게 사는 비결은 자기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관리만 잘해도 동안으로 살 수 있다.
그중에 돈 안 들이고 쉽게 할 수 있는 건 건강한 소식 밥상이다. 적게만 먹어도 살이 그냥 빠진다. 즐겁게 빠진다. 적게 먹어 즐겁고 살이 빠져 즐거운 날들이 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체험해 보길 바란다. 하체 비만형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내 모습이 전혀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