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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Nov 22. 2022

조지윈스턴의 디셈버

 Thanksgiving


이십 대에는 이 음악을 들으면 그냥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슬픈 것도 아니고 기쁜 것도 아니고 그냥 멜로디에 취했다. 음악이 좋았다. 피아노 선율이 좋았고 리듬이 좋았다. 특히 Thanksgiving(추수감사절)은 이 시대 최고의 명곡이다. 이 곡만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몇 곡 안 되는 반 복곡 중 하나이다. 이 음악을 틀어놓고 많이 울기도 했었다. 지금처럼 가을에 들으면 괜히 서글퍼지기도 했던 곡이다. 


젊은 시절 행복했던 순간들, 아니 상처받고 마음 아팠던 날들이 더 많았던 이십 대, 왜 그토록 마음이 아팠을까. 음악은 나를 위로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음악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늘 내 곁에서 나와 함께 해줬다. 디셈버 앨범은 전체적으로 빼놓을 것이 하나 없다. 주옥같은 곡으로만 담겨 있다.  그중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은 참으로 마음을 묘하게 해 준다. 기쁨의 눈물을 만드는 힘을 가졌다. 조지윈스턴이 연주하는 피아노 곡을 들으면 정말 마음이 행복해진다. 살아 있는 것이 기쁘게 느껴지고 웃음이 나면서 눈물이 흐른다. 기쁨의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감격의 눈물이라고 표현해야 맞을까. 감격할 일도 없는데 가슴 벅찬 느낌을 받는다. 그게 행복이라는 건가. 나는 요즘 참 행복하다. 캐논 변주곡을 듣고 있으면 한 없이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이렇게 내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유일한 한 곡을 꼽으라면 이 음악을 제일로 꼽고 싶다. 어렸을 적 생각이 많이 나는 피아노 앨범이다. 


오늘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다시 펼쳐봤다. 며칠 전부터 이 책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책은 읽고 돌아서면 거의 다 잊어버린다. 읽은 지 몇 개월이 지났으니 당연히 더 기억이 안 나겠지. 책을 스르륵 훑어봤다. 지금 다시 보니 전에 읽었을 때와 확연히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예전에는 그냥 책을 읽었다. 교양 있는 여자로 살기 위해 읽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책도 그냥 읽었다. 단순히 '책을 보는 사람이 되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었다. 지금은 아니다. 그냥 책을 읽지 않는다. 성공하려는 하는 마음, 부자가 되려는 마음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시 이 책을 펼쳐 보니 새로운 책이다. 글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대충 훑어보다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글 하나를 발견했다. 글을 써서 성공한 작가 중에는 자기만의 좋아하는 음악 하나를 반복하며 듣는 다고 했다. 수천번 수만 번을 듣는 곡이 있다고 한다. 그 글을 보니 한동안 멈췄던 음악이 다시 듣고 싶어졌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많다. 수천번도 더 들었을 곡, 그런 곡을 몇 개 떠올렸다. 그중에 하나가 조지윈스턴의 디셈버였다. 얼마 전에 제주집에서 이 시디를 반복적으로 듣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웬만하면 시디로 다 가지고 있다. 오늘도 글쓰기를 해야 되는데 음악이 도움이 될까 해서 디쎔버 음악을 찾았다.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니 얼마 전부터 꽂힌 드비알레라는 스피커가 자꾸 떠올랐다. 나는 스피커를 굉장히 좋아한다. 음악을 좋아해서 스피커도 엄청 많이 사고팔았었다. 지금도 제주 집에는 10년도 훨씬 전에 백만 원 정도 주고 산 리브라톤 라이브 스피커가 있다. 소리는 정말 좋다. 맥북프로와 궁합이 너무 잘 맞아서 애장 하는 스피커다. 드비알레 스피커는 명품 스피커다. 명품 가방도 하나에 몇 백 주고 사는데 이깟 스피커 하나 못살까. 하면서도 못 사고 있다. 사실 스피커는 크게 들어야 제맛인데 이사 온 지금 집에서는 음악을 크게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게 들어도 소리는 엄청 좋긴 하지만, 하루하루 그 스피커가 내게 오길 기다리며 살고 있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못쓰고 있던 건 다른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브런치는 쉬어가는 모드다. 오늘 ‘타이탄의 도구들’ 책을 다시 보면서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써보자는 마음에서 디셈버 앨범을 듣게 됐다. 그래서 스피커 얘기까지 꺼내봤다. 글쓰기가 안될 때는 이렇게 브런치에 아무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오늘 본 책에서 또 하나 발견한 나를 자극했던 문구는 바로 이것이다. ‘매일 허접하게라도 두장씩 써라’ 허접하게 쓰는 걸 못해서 글이 안 써지는 거였다. 잘 쓰려고 하니 더 안 써졌고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졌던 것이다. 정말 글이라는 건 그냥 써야 되는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하면 더 안된다. 허접하게라도 매일 일기를 한 페이지씩 쓰고 있긴 하다. 책에는 또 이런 내용이 있다. 일기에는 평소에 하지 못하는 말, 정말 어디 가서 할 수 없는 글을 쓰라고 한다. 그런 글들이 나중에 빛이 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쓴다. 왜일까. 왜 속 편하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일기에 못쓰는 걸까. 나는 오늘부터 일기에 하고 싶은 말을 다 쓰려고 한다. 


허접한 글 쓰라고 해서 브런치에 올리는 건 아니다. 사실 그냥 메모장에 썼다가 브런치에 올리고 싶어졌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니 리듬을 타고 잘 써진다. 글이 안 써질 땐 그냥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 브런치가 그래도 글 쓰는 것이 가장 편하다.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더 편한 것 같다. 블로그보단 편하다. 


오늘 음악 듣기를 잘했다. 휴대폰으로 듣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스피커 살 생각만 했었는데 아이폰 13프로 맥스라서 그런가 그런대로 들을 만하다. 와, 그런데 맥북에어로 들으니 더 좋다. 왜 여태 노트북으로 들을 생각을 안 했을까. 아이폰보다 10배는 소리가 좋은 것 같다. 음악만은 여전히 내 마음을 알아준다.


DECEMBER앨범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사이트다. 바로 조지윈스턴 사이트다. (아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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