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근담> 중에서 -
노력만으로 모든 일이 잘 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갈구하고 있고, 나 역시 그렇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높게, 더 많이 원하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선행자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며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자신의 능력치가 절묘하게 부합하는 시점이 아니라면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가 기대치만큼 빠르게 보상되기는 어렵다.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며 시행착오를 겪고, 노하우가 쌓인 한참 뒤 어느 날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노력 대비 보상이 없거나 만족도가 낮아질 경우에는 성공에 대한 열정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때 마음 깊숙한 곳에서 때를 기다리던 권태기나 무기력, 번아웃 등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동기부여 책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혼자 고립하길 원하고 반복되는 자기 비하와 자책 속에서 지내게 된다. 노력이 빛나지 않은 것은 본인의 부족함이나 잘못 때문만은 아니지만 모든 화살은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스스로 쏘아댄 화살에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안고, 더 깊고 고통스럽게 자신을 파괴하게 된다. 채근담의 글귀처럼 각자의 때가 있을 뿐, 서두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그제야 주변의 이야기도, 성공한 사람의 조언도 들린다.
인간의 뇌는 아직까지도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정도로 기능과 가능성에 대해 일부분만 파악되었다. 비록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뇌라고 할지라도 감정과 역량의 혼재로 인해서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재정비의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무엇을 해도 머리가 빨리 기능하지 못하고, 뭔가 묵직하게 눌린 듯한 느낌이 들거나, 찌릿하게 신호를 보낼 때가 잦아지고 그제야 이상을 느끼고 쉬어주게 된다. 그것이 너무 늦은 때는 아니길 바라며, 뇌와 감정의 과부하로 번아웃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
소울메이트에서 출판된 박승원님이 옮긴 홍자성의 <채근담>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다.
복숭아와 자두가 비록 곱다고 해도
어찌 푸른 소나무와 비취색 잣나무의
굳은 정절만 하겠으며,
배와 살구가 비록 달다고 해도
어찌 노란 유자와 푸른 귤의 맑은 향기만 하겠는가?
짙어도 일찍 시드는 것은
옅어도 오래가는 것에 미치지 못하고,
일찍 빼어난 것은
늦게 이루는 것만 못하다는 것은 믿을 만하구나.
桃李雖艶, 何如松蒼栢翠之堅貞,
梨杏雖甘, 何如橙黃橘綠之馨冽.
信乎, 濃夭不及淡久, 早秀不如晩成也.
- <채근담> 중에서 -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간절히 원하는 것일수록 조급함은 더 마음을 지배한다.
일찍 해낸다고 하여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조급함으로 힘든 지금을 보내는 것보다 마음을 내려놓고, 이루고자 하는 곳으로 가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 마음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자신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차근히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준비한다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색으로 피어날 것이니.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