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결혼 vs 유럽 결혼

한국으로 장가 온 프랑스인 요한 씨 / 인터뷰 · <언니네 마당>

by 이십일프로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매우 보편적이고, 결혼한 부부들의 생활 모습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결혼식 자체의 모습도 거의 동일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고,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 모습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말도 나올 수 있나 보다. 과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을까? 다른 나라의 결혼 문화, 결혼 생활은 과연 어떠할까? 물론 우리와 비슷한 나라들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겠고 나라별로 또 많이 다르겠지만, <언니네 마당>은 한국인과 결혼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인 요한 씨를 만나, 유럽의 결혼 문화와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여성 매거진 <언니네 마당> 창간준비호 일부



언니네 마당: 유럽인들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랑과 결혼의 관계에 대해 일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요한: (난감한 듯) 일단, 유럽인들이 ‘일반적으로’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워낙 결혼 이외에도 다른 형태의 커플들의 생활들이 존재하고 있고, 결혼 자체를 하고 안 하고 하는 문제는 매우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별로 논쟁거리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럽인들 중 일부는 결혼을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혼은 계약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들은 사랑하는 관계를 계약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를 거부합니다. 또한 많은 커플들이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살다 결국에는 행정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는 커플들도 많습니다. 집을 공동명의로 산다든지, 결혼하면 세금을 덜 낸다든지,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줄 때 법적으로 문제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든지... 그런 재정적, 행정적 이유 때문에 말이죠. 물론, 결혼이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종교적, 이념적 권리이니까 물론 존중해야겠죠. 그렇지만 사랑과 결혼을 연관 짓지 않고, 결혼은 서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언니네 마당: 프랑스에서 보통의 결혼식 모습은 어떠한가요? 결혼 비용은 많이 드는 편인가요?


요한: 우선 결혼은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행해집니다. 각 지자체별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갖추어져 있어 그곳에서 지자체장이 결혼을 선포해야만 결혼이 성사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결혼이 매우 행정적인 성격이 강하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종교적으로 교회와 같은 곳에서 결혼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결혼 비용은 지자체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결혼식 후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축하연을 여는 장소(음식점이 대부분)를 빌리는 비용 외에는 별로 들지 않아요. 결혼식에 초대받은 이들은 대부분 신랑 신부의 새 보금자리에 필요한 식기들, 쟁반과 같은 작은 선물들을 결혼식에 가지고 오거나, 신랑 신부가 미리 작성한 결혼 축하 선물 목록에 적혀 있는 것들 중에 선택해서 돈을 모아 선물해 주거나 합니다. 그렇게 하면 신랑 신부가 살림에 꼭 필요한 것을 선물해 줄 수 있으니 합리적이죠. 결혼비용은 주로 신랑 신부가 지불하고 그들의 부모들은 약간의 재정적 도움을 줄 수는 있겠죠.



언니네 마당: 프랑스인들은 결혼 이후 시집과 처가와는 어떻게 지내는 편인가요?


요한: 프랑스에선 양가에 대한 의무라는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명절 땐 꼭 찾아뵈어야 하고,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하는 등의 많은 의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선 명절 때 가고 싶으면 가고, 부모를 모시는 일도 그 누구의 눈치를 보고 결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부모 된 도리, 자식 된 도리라는 게 별로 없는 편이니까요. 어쩌면 한국에서 말하는 ‘정’이란 것이 부모 자식 간에 조차도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 자식 간에도 개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그곳에선 시댁과 처가와의 관계에서 부부는 무척 자유로운 편입니다.




언니네 마당: 유럽 아내들은 어떠한가요?


요한: 유럽의 아내들은 주로 결혼 이후에도 자기 자신만의 삶을 즐기길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남 편이나 보모 등에게 맡기고 밖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가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함께 어울리 는 것도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영화, 연극, 전시 등을 보 러 가는 일 등)이나 기호 식품(술, 담배 등)을 즐기는 것 등을 결혼했다고 혹은 아이가 있다고 하고 싶은데 하지 않는 경우는 좀 드문 편이죠. 집안의 경제권도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갖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아내가 전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의식도 많이 없는 편입니다. 부부가 서로의 독립적인 삶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유럽의 모든 부부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일반화시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부부마다 다르니까요.



언니네 마당: 한국은 아내와 남편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편인데 유럽은 어떤지요?


요한: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주로 부부가 동등하게 나누어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부부에 따라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이 있을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내가 있을 수 있지만, 많은 부부들이 한 사람이 요리를 하면 다른 사람이 설거지를 하거나 하여 할 일들을 나누어 동등하게 하는 편입니다. 상호보완적으로 말이죠. 아이가 생겨 남편은 아빠가 되고 아내는 엄마가 되면 남편의 역할과 아내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됩니다. 엄마가 된 아내는 엄마의 역할에 집중하고 아빠가 된 남편은 엄마가 된 아내를 전적으로 응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언니네 마당: 한국인들의 결혼 문화와 결혼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한: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들은 결혼 이후 개개인의 자주성이나 고유의 특성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진정으로 함께 살고 싶어 결혼하기보다, 사회 규칙과 규범을 따르기 위해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하려고 서두르거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결혼하는 등 사회 규범 안에 머물기 위해 결혼을 의무감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결혼생활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결혼을 결정하는 이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의 결혼에 대한 저의 이러한 생각은 많이 틀리거나, 왜곡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결심한 사람이나 현재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진정한 결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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