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매거진 <언니네 마당> 창간준비호 중 /인터뷰 · <언니네 마당>
많은 여성들이 새롭게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한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혹은 기존 직장이 맘에 안 들어서, 그것도 아님 이제 정말로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 그것도 아님 단순히 집안일과 육아에서 벗어나고자…. 저마다 각기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유야 어떻든 일을 한다는 것은 자아실현과 자존감을 높이는 일과 자신감을 얻는 심리적인 문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 <언니네 마당>은 새로운 일을 찾는, 특히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나선 여성들을 응원하기 위해 ‘언니네 색다른 직업’ 코너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세상에는 여러 이색 직업들이 존재하겠지만 <언니네 마당>은 그중에서도 30·40 여성들의 생활 패턴에 적합한, 그리고 그들의 관심사에 맞는 사회 활동 및 직업들을 소개하고 현재 그 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고 홍보하는 ‘역사문화해설사’ 직업을 소개한다.
언니네 마당: 역사문화해설사 직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예순: 특정 지역의 관광객이나 주민,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지역의 문화 유적을 안내하면서, 지역과 관련한 역사와 문화 자연뿐만 아니라 지역에 얽힌 이야기, 일화 등을 들려주는 전문직입니다. 역사문화해설사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알리는 알리미 역할을 하는 직업이죠.
언니네 마당: 역사문화해설사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박예순: 저희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학생 엄마들끼리 자체적으로 팀을 이루어 아이들과 함께 지역 유적지를 탐방하는 것을 보고,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저로서는 아이들에게 문화유산에 대한 좀 더 정확하고 많은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성북구 마을기업인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성북동 역사문화해설가 양성 과정’을 접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성북동 역사문화해설사가 되었죠. 처음엔 그저 ‘내 아이들 역사문화 탐방 교육을 내가 데리고 다니며 제대로 해보자’라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성북동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성북동의 역사문화를 해설해 주는 사람이 되었네요.
언니네 마당: 역사문화해설사는 어떻게 될 수 있나요?
박예순: 지역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누구나 역사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엔 여러 지역 자치체나 관광청, 문화원 등에서 역사문화해설사 양성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일정 기간 동안 역사, 스토리텔링, 건축양식(한옥), 문학, 박물관, 다문화 체험, 실습, 응급처치 등 각 지역의 특색에 따른 다양한 분
야에 대한 강좌를 이수하고 나면 역사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습니다.
언니네 마당: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박예순: 아무래도 집에서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만 하다 사회 활동을 하게 되니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활기차고 좋습니다. 결혼 전 임용고시 준비하면서 선생님의 꿈을 꾼 적도 있었는데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며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쳐 주는 이 일이 무엇보다 저의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고요. 저희 아이들도 일하는 엄마, 공부하는 엄마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제 옆에서 같이 공부도 하고, 일하는 엄마를 도와주려고도 하고 그래요. 실제로 초등학생 단체 탐방 수업 준비 시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들과 저학년인 아들이 각 학년별 눈높이에 맞게 수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역사와 유적지에 관심이 많고 공부하길 좋아하는 제 아이들을 보면 ‘이 일을 하길 정말 잘 했구나’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또 지역 주민들이나 학교 아이들, 학부모들 사이에선 ‘역사 해설 선생님’으로 통하고 알아봐 주셔서 매우 뿌듯해요.
언니네 마당: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박예순: 사실, 어려운 점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일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부족한 면이 자꾸 보이고 그 부분들을 더 공부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의 연속이어서 항상 긴장감을 놓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언니네 마당: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박예순: 맨 처음엔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많이 떨리고 긴장도 되고 해서 ‘비라도 와서 투어가 취소되었으면….’ 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엔 투어 하신 분들이 댁에 돌아가셔서 “재미있게 투어 잘 했다. 고마웠다”라고 써 보내주시는 메일을 읽을 때면 몹시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언니네 마당: 역사문화해설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박예순: 처음부터 어떤 분야에 자질이 있지 않더라도, 사람은 원하면 충분히 자질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동료들 중에도 저처럼 처음에는 자신이 없거나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신 분들이 계시는
데, 그분들 모두 여러 번의 실제 경험들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이제는 모두 전문가답게 잘
해내고 계십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특별히 필요한 자질은 없다고 생각해요.
언니네 마당: 역사문화해설사를 희망하는 분들께 조언 부탁드립니다.
박예순: 보통 역사문화해설사하면 궁이나 유적지에 상주하면서 안내와 해설을 해주시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연상하는데, 요즘엔 젊은 사람들이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이 직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젊은 여성들이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탐방하시는 분들과의 소
통 면에서 그 누구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특히 자녀를 둔 역사문화해설사들은 아이들과의 소통에서 매
우 뛰어나죠.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서 그런지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또한 이분들은 매
우 활동적이고 의욕적이고, 열정적으로 단순히 탐방에서 끝나지 않고, 문화 체험 학습이나 놀이,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기도 하고, 각 학년별 교과와 연계해서 더 재미있고 흥미 있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언니네 마당: 향후 목표와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박예순: 현재 성북동 역사문화해설사가 2기까지 배출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역사문화해설사들을 발굴할 예정에 있는 이 시점에서 1기 성북동 역사문화해설사로서 좀 더 역량 강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현재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고, 더욱 흥미로운 해설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더 탄탄하고 알찬 내용 구성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지역 내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그 준비도 잘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현재 나가고 있는 복지관과 학교 수업도 꾸준히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언니네 마당: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박예순: 아이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우연히 시작한 이 직업이 신나고 재미있어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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