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강사 이인순

여성 매거진 <언니네 마당> 창간호 중 /인터뷰·정리 <언니네 마당>

by 이십일프로
<언니네 마당>은 새롭게 일을 다시 시작하는 여성들을 응원하는 "언니네 색다른 직업" 코너를 기획하고, 색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언니들을 직접 만나 그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황막한 도시 속 곳곳에서 파릇파릇한 고추며 토마토, 가지 등이 조그맣게 열매 맺는 걸 보면 참 싱그럽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채소밭에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렇게 도시 속 텃밭에서 도시 아이들과 함께 씨를 뿌리고 삽질, 호미질로 밭을 일구고, 농작물을 수확하여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어른들이 있다. <언니네 마당>은 마포구에 위치하고 있는 생태 기업 <푸른 미래>를 통해 알게 된 이인순 텃밭 강사를 만나 '텃밭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또 '도시에서의 농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텃밭 강사.png 텃밭 강사 이인순 씨


언니네 마당: '텃밭 강사'라는 직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인순: 도시 농업이나 주말 농장, 체험 농장 등이 전국적으로 많이 활성화되면서, 밭과 산뿐만이 아니라 집 주변, 혹은 도시 속 자투리땅에 텃밭을 만들고 농사를 짓는 풍경이 이젠 많이 보편화되었어요. 그곳에서

어른, 청소년, 어린이들과 함께 밭도 갈고, 씨도 뿌려, 우리가 먹을거리를 우리가 손수 가꾸고 수확하는 경험을 함께 하고, 도와주고, 가르쳐주는 직업입니다.


언니네 마당: 어떻게 텃밭 강사가 되셨나요?


이인순: 전에는 출판 편집일을 했었어요. 누구나 인생에서 몇 가지 동경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저에겐 그게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것, 그리고 그 마당에 텃밭이 있어 제가 그 텃밭을 가꾸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둘째 아이가 24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전 가까운 곳의 ‘텃밭강사 양성교육’ 프로그램에 바로 신청했죠. 사실 처음부터 텃밭 강사가 되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갖고 신청한 건 아니에요. 그전에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주말 농장에 가서 농사도 지어보고 했었는데, 그곳에서 어른들이 농사를 지을 동안 아이들이 딱히 뭘 해야 할지 몰라 어른들의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도 텃밭에서 신나게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였어요. 마침 텃밭 강사 양성교육 과정을 보니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서 노는 방법’도 가르쳐준다고 하길래, ‘이거다’ 싶어서 얼른 교육을 신청했어요. 단순히 우리 아이들과 함께 텃밭과 자연 속에서 마냥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이 교육과정을 신청했었는데, 이렇게 텃밭 강사까지 되었네요.(웃음)


보통 ‘텃밭 지도사 교육’은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2-3개월 단위로 교육 과정이 진행되는데, 제가 교육을 받았던 농부학교는 1년 과정이었어요. 1년 동안 몸도 고되고, 배울 것도 많아 힘이 들었지만, “농사는 1년을 봐야 한다.”는 그곳 학교의 철학에 맞춰 과정을 이수하고 나니, 그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언니네 마당: 그럼, 그전에는 한 번도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었나요?


이인순: 없었어요. 시골에 살아본 적도 없고, 농사를 지어 본 적은 더더욱 없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주택에도 텃밭이 있었고, 그 텃밭에 대한 추억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요. 바로 이런 점이 텃밭에 대한, 농사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해 주었는지도 모르죠.(웃음)


언니네 마당: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이인순: 현재 어린 농부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6세부터 9세 어린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어요. 요즘엔 많은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가까운 숲이나 조그마한 텃밭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면서 농사의 경험도 맛볼 수가 있죠. 땅을 밟아 볼 기회가 별로 없는 요즘 아이들이 땅도 밟고 삽질, 호미질도 해보고, 그 땅에서 나오는 지렁이, 달팽이, 땅강아지들을 만나면서 땅은 그냥 그렇게 있는 게 아니라 우리와 그 안에 있는 많은 생물들이 함께 숨 쉬고 살고 있고, 그래서 땅과 나는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죠.


또한 자기 몸을 써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성공의 경험을 맛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농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 결국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 법도 배우게 되죠.


그러면서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게 돼요. 평소에 절대 먹지 않던 채소를 먹기 시작하고, 농사의 과정을 본 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서 음식을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되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너지 많고 역동적인 아이들이 밭에서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노는 걸 보면 무척 행복합니다. 요즘엔 어딜 가도 안전수칙 지켜야 하고 조심해야 하는데, 밭에 오면 아이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거든요. 일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어른들은 시간을 갖고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그런 여유로운 삶이 밭에서는 가능하거든요. 아이들이 밭에서 느끼는 자유몸을 씀으로써 느끼는 희열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언니네 마당: 일하면서 어려운 점 혹은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이인순: 아무래도 아이들이랑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 각자의 성격과 기질에 맞추어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흙이 옷에 묻어서 우는 아이, 벌레 보고 우는 아이, 엄마가 신청해서 억지로 참가해 별로 흥미 없어하는 아이, 또 곤충이나 벌레들을 그림책이나 동영상 등에서 보고 와서 마구 아는 척하는 아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하려는 아이 등등 아이 열 명이 모이면 열 명 다 각자 다른 성격과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맞추어 대해야 하는 게 좀 힘들긴 하죠. 그렇지만 제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아이들이 이해가 되고, 마치 제 아이들 같고 그래요. (웃음)



언니네 마당: 텃밭 강사는 어떤 과정을 통해 될 수 있나요?


이인순: 요즘엔 도시농부학교, 도시농업 네트워크 등 도시농업 교육 기관들이 곳곳에 있어요. 그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한번 참가해보세요. 그리고 강사, 지도사 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텃밭 강사로 활동할 수가 있어요. 교육 과정 속에서 강사로서 자질을 배울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연대감도 키울 수 있어서 저는 배우면서 무척 좋은 시간을 보냈답니다.


언니네 마당: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인순: 음……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중에서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저에게 이렇게 인사하더라고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때 좀 신기했어요. 저는 그 인사에 답하면서 속으로 혼잣말을 했죠. '나 보고 "선생님"이래, 내가 선생님이었구나!' (웃음)


언니네 마당: 텃밭 강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인순: 기본적으로 농사를 좋아해야겠죠. 그리고 저처럼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꾼다면 ‘열린 마음’을 갖

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모두 제각각이라 항상 아이들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각기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고 교감하고 교류하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 일이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한 아이, 한 아이 충분히 알고 이해해주는 마음이 필요해요. 텃밭 농사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얼마큼 텃밭과 친해지는가도 중요하고, 아이들의 자람도 중요하니까요.


언니네 마당: <언니네 마당> 독자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인순: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나누고 그래서 정말 좋아요. 굳이 텃밭 강사가 아니더라도 농사로 시작되는 많은 일거리들이 있어요. 농사지은 농작물을 제철에 파는 일부터, 그 농작물을 잼이나 장아찌 등으로 가공해서 팔 수도 있고, 생산한 먹거리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생활을 가르치는 식생활 강사 등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을 프로그램화해서 기획을 할 수도 있고요. 농사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무궁무진하답니다. 그러니 일단 농사를 시작해 보세요!



언니네 마당: 목표와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이인순: 요즘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농사에만 집중하고 싶다가도, 내가 가꾼 농작물을 가지고 요리를 소개하고 가르쳐 주는 일도 해보고 싶고, 아이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런지 아이들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유아교육도 배워보고 싶고. 일단 제일 가까운 미래 계획은 내 밭에 난 풀부터 뽑아야 해요.(웃음) 내 밭에 있는 작물부터 잘 가꾸어 수확해 내는 것이 저한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토종씨앗을 받아보려고 해요. 씨앗을 받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제때 받지 않으면 그냥 놓치기 마련이니까요. 농사짓는 일은 아이를 키우는 일과 똑같은 것 같아요. 제때 해야 할 일이 있고, 섬세하게 잘 돌봐줘야 하고, 기다려 주는 것도 참 중요하고 말이죠. (웃음)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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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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