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림 illruwa (독립매거진 <언니네 마당> Vol.09 中)
착한 아이 콤플렉스
독하게도 착하려고만 했다. 욕하지 마라, 술, 담배 하지 마라, 가면 안 되는 곳엔 가지 마라, 하면 안 되는 것도 하지 마라, 하며 살았다. 성년이 된 후에도 습관처럼 착하다는 소리에 안심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나에게 하지 말 것만 남기고 해야 할 것은 앗아가 버렸다. 어쩌면 내 인생 '하자'의 근원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나는 일의 강약을 떠나 웬만한 것을 시작하려면 100만 마력 이상의 엔진이 필요했다. 단지 시작하는 것에만 모든 동력을 낭비해 버렸다. 망설이고, 두렵고, 그러다 지치고…. 그렇게 멀어진 나의 청춘은 자라지 못한 연륜과 더불어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은 지금의 내가 되어버렸다. 돌아보면, 내 고단함은 착하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됐다. 어리석고 미숙했고 피곤했다. 나는 이런 숨겨진 욕망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고객의 클레임으로 일그러진 전화를 끊고 나면 어느새 종이 이면지는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림은 나와 달랐다. 착하지 않아도 됐다.
나의 그림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다. 분수에 맞지 않게 작가라 불릴 때마다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손, 발도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 좌우가 바뀌기 일쑤다. 그럼에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고 SNS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림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매번 놀라웠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그림이 좋다. 한 지인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내 얼굴이 바뀐다고 한다. SNS의 ‘좋아요’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뛴다. 그림은 나에게 치유다. 착하기 위해 생긴 구멍을 그림으로 메운다. 그러니 내 인생의 '하자'는 위선이고, 그림은 위선의 '보수'이다.
사람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더라
아무것도 하지 않던 '하자 소년'이 지금 동네 책방을 시작했다. 뜬금없는 진일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래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만큼 변화다. 나는 여전히 망설인다. 시작하는데 아직도 100만 마력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늘도 입점 문의 메일을 보내야 한다. 노트북 앞에서 의미 없는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다. ,,,,,,,…………..[[df[[[xkjdkjfjdljjikdjfsldj sljjEO][Rzzzzzzㅌㅌㅌㅎㅎㅎㅎㅋㅋㅋㅋ [SLD,,,,,<<<<< ------<<<<<OO] o]o] o]
아~ 이 피곤함. 그림이나 그려야겠다.
illruwa : 동네 책방 "지구불시착" 주인장.
"빨리 유명한 동네서점이 되고 싶습니다. illruwa라는 필명으로 문구도 만들고 그림도 그립니다. 잘 은 못 그려요." instagram@illruwa
독립매거진 <언니네 마당>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96033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