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인연이 다해 관계가 끝난 것 일 뿐

인터뷰이 이은영 / 인터뷰 임은주 (잡지 언니네 마당 Vol.09 중)

by 이십일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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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나 배우자와 관계를 끝내는 것은 하나의 세계와 작별을 고하는 일이다. 공유했던 물건, 추억, 정까지도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혼으로 ‘진정한 홀로서기’를 해낸 요가 강사 이은영 언니를 만났다. 얼마 전 이혼하고 서울로 이사 와서 개인과 그룹 대상으로 요가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혼하신 이유를 여쭈어봐도 될까요?

이혼이라는 것이 ‘뭔가 하자나 사유가 있어서'라고들 생각하잖아요. 전남편에게 특별히 하자가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술 마시면 잔소리한다는 것 외에는 나쁜 점도 없었거든요. 저는 그저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모든 족쇄를 벗어버리고 홀가분해지기 위해 이혼했어요.


전남편과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아이가 갑자기 생겨서 결혼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남편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가끔 크게 다투었어요. 아이 낳고 조울증이 심했을 때는 특히 더 자주 싸웠어요.


말 잘 듣는 아이, 착한 아내 역할에 대한 집착이 있었나요?

저는 집안 사정 때문에 두 살 때 입양됐어요. 그러다 한 달 만에 파양을 당했다가 재입양되었어요. 양부가 양모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을 숨겨두었다가 데리고 온 줄 알았다고 해요. 양아버지는 저를 미워했어요. 제게는 아주 무섭고 엄격한 존재였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 말을 잘 듣는 아이 역할을 했죠.


결혼 기간 내내 ‘착하고 야무진 아내’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살았던 것 같아요. 아내, 엄마, 며느리 역할에 중독되어 있었어요. 시동생을 집에 들여서 같이 살고 결혼까지 시켰죠. 그 일로 시댁에서 칭찬을 받았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아이들한테도 늘 홈 메이드 간식을 만들어줬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전업주부를 하다가 아이들이 크자 요가 강사가 되었어요. 돌이켜 보면 전업주부였을 때는 남편이 이룬 것을 제가 이룬 것처럼 생각했어요. 작은 지역 안에서지만 그래도 남편이 재산이나 평판을 조금 갖고 있었어요. 그걸 제 것으로 생각했던 거죠. 그걸 놓고 이혼하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명상하면서 그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죠.


명상을 하게 된 계기와 장점은 무엇인가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남편과는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신혼 때는 문학을 한다고 글을 써 보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크면서는 절에 다니며 마음의 안정을 구하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12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명상 수행을 시작했어요. 전남편과 가장 크게 싸운 이유는 ‘명상’ 때문이에요. 남편한테 말했죠. “당신이 내게 ‘내면 공부하지 말라’는 얘기는 나더러 죽으라는 얘기와 똑같다.” 그만큼 내면 성장에 대한 욕구가 컸어요. 여러 수행 단체를 거쳤고 지금도 명상으로 내면 성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여자는 남편을 아버지 자리에 앉힌다고 말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다정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엄격한 아버지한테 못 받은 사랑을 남편을 통해 보상받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은 냉담하고 냉정한 사람이더라고요. 저희 아버지와 똑같았어요. 이혼 6개월 전에는 남편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어요. 3개월 전에는 있는 그대로 존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냥 남편이 옆집 아저씨처럼 느껴졌어요. 우리가 이생에 오기 전에 써놓은 시나리오로 서로 만났고 인연이 다해 헤어졌으니 미움은 없어요.


이혼 과정과 재산 분할은 어땠나요?

늘 이혼을 염두에 두고 살았어요. 집중명상을 하면서도 ‘이번에 명상이 끝나면 이혼해야지’라고 마음먹어도 실행이 잘 안되었어요. 남편에게 미련이 남아있었던 거예요. 몇 년 전부터는 이혼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요가 스튜디오를 하나 구해 귀가가 늦어지니 스튜디오에서 자고 가겠다고 해서 남편도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했어요. 저는 ‘자산을 탐내지 않겠다. 제가 결혼할 때 들고 왔던 그 금액만큼 달라고 했어요. 지금 수중에 딱 3천만 원이 있어요. 그 돈으로 월세방을 구할 수 있었어요. 먹을거리가 떨어질 것 같으면 지인들이 농산물을 부쳐 줘서 먹고살 수 있어요. 자유로이 명상하며 한가로이 지내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이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일까? 요가 강사 이은영 언니와 대화를 하면서 참 편안하게 말하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오는 모든 일을 불평하지 않고 성장 지점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마음속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물어보자 “대학에 가서 영어를 전공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빙긋이 웃던 이은영 언니의 얼굴은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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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마당 11호 "일은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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