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분만장 간호사 인터뷰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Vol.02 )
이 일을 하며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산모가 진통 끝에 분만하는 모든 순간이요. 아기가 “응애”하고 건강한 소리로 크게 우는 순간 산모만큼은 아니겠지만 정말로 기뻐요. 특히 오랜 기간 병원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마침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행복해하는 부부를 바라볼 때의 기분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그럼,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부부에게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지요. 그렇지만 모든 부부가 그 선물을 받는 것은 아니랍니다. 수년 만에 힘들게 쌍둥이를 임신한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임신 20주경 조기 양막 파수로 입원했고, 설상가상 자궁 수축까지 와서 고생을 많이 하셨지요. 그분은 입원기간 동안 자주 "다 제가 잘못해서 이래요.", "제가 일을 진즉 그만 둘 걸 그랬어요."라고 자책했어요. 모든 의료진이 노력했지만 아기는 너무 일찍 태어났고, 끝내 하늘의 별이 되었지요. 모든 분만이 행복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면 오래도록 마음이 힘들어요. 부디 그 산모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위층에 화재가 나서 급하게 계단으로 대피하다가 조기 진통이 와서 입원한 산모가 있었어요. 그분이 입원하고 이틀 뒤, 밤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보니 리모델링 중이던 건물에 불이 났더군요. 놀라서 분만장으로 뛰어갔더니 다행히 산모들은 대피한 후라서, 급히 신생아실로 가서 대피를 도왔어요. 구조대원들이 오고 겨우 상황이 마무리가 될 때쯤 옆을 보니 이틀 전에 입원한 그 산모가 휠체어에 앉아 담요를 덮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거예요. 눈이 마주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었습니다. “산모님, 불을 몰고 다니시면 어떡해요?”, “제가 이번엔 좀 큰 불을 몰고 왔네요.”라고 말하면서요. 임신 기간 중 두 번의 화재를 겪은 사람이 또 있을까요?
당신에게 선물 같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제 남편이요.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리고 저를 미워해도 제 남편만큼은 저를 사랑해 줄 거라는 믿음과 안정감이 제게는 너무나 소중해요. 저도 매일 그에게 선물 같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무엇인가요?
결혼한 지 어느덧 2년.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면 전에는 마냥 기쁘고 행복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저도 예쁜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를 비롯한 아기를 기다리는 모든 부부에게 하루라도 빨리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언니네 마당 11호 "일은 합니다만" 텀블벅으로 선주문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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