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랍니다
집 안에 무슨 일이?_ 카테리나 고렐리크 글, 그림
책의 첫 표지부터 창문이 등장한다. 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늑대가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다. 뭔가를 잡아 먹으려나? 표지를 넘기자 따듯하고 안락해 보이는 방이 나온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있는 늑대는 무릎에 책을 놓고 보고 있다. 맛있는 먹거리에 혀를 날름거린 게 아니라, 재미있는 책에 빠져 입을 벌린 채로 독서삼매경이다. 이런 반전이라니! 꽃이 만발한 예쁜 정원 사이 창문으로 인자한 표정의 할머니가 보인다. 문을 열어보니..... 창문으로 시뻘건 불꽃이 보여서 앗 큰일 났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창문이 있고 귀여운 생쥐들, 새들, 곤충들과 함께 창문 안을 슬쩍 엿보며 어머 무슨 일이람? 혹은 헉 무서워! 하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 펼쳐지는 반전. 생각을 뒤집는다. 우습고 즐겁다. 재미있다. 그저 웃음 만을 주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거부감 없게 전해준다. 그림도 따뜻하다. 벽돌색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그 색감이 부드럽고 따뜻하다.
지은이 카테리나 고렐리크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림책 작가이다.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그림책을 짓기 시작했다. 러시아 출신이며 발표한 작품들은 한국어를 비롯해서 전 세계 17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작품 《집 안에 무슨 일이?》로 2021년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아이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을 보자. 아이 혼자서도, 그저 즐겁고 웃기는 시간을 갖고 싶은 어른 혼자서도 좋다. 단, 어른은 이것저것 다 겪어서 뭔들 새롭지 않아, 뻔하지 뭐 라는 어른의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가 된 양, 적극적으로 순간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본다면 더 즐거울 것이다.
예상의 반전뿐만 아니라 상황의 반전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스스로는 만족하는 즐거운 상황이었거나, 아주 괴로워 보이는데 고생한 결과가 있어서 즐거워졌다거나 등. 표지 포함해서 모두 14개의 창문이 나온다. 즉 14개의 에피소드가 나오는 건데 그중에 들어있거나 추가되었으면 좋았겠다.
평소 생활할 때도 뻔하게 생각하지 말고, 보이는 대로 판단하지도 말고, 그 순간이나 상황을 뒤집어 보거나 반대의 결과를 생각해 본다면 더 신중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