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성은 발전한다

《에덴의 용》_칼 세이건(사이언스 북스, 2006)

by 우주인

사람들한테 부대끼고 상처받으며, 무슨 큰일이라도 당한 양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다가 별이 무수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사진을 보면, 그랬던 것이 우스워진다. 셀 수 없이 많은 우주의 별들을 보고 있으면 태양조차도 존재감이 없다. 태양을 탁구공 크기라고 설정한다면 지구는 지름이 0.25mm인 점 크기이다. 먼지나 다름없다. 그러니 그 지구에서도 여기 한반도의 한구석에 있는 우리는 더 존재감 없는 먼지도 안 될 터인데, 무얼 그리 큰일이라고 괴로워하고 얽매이는지, 세상사가 하찮아져서 오히려 마음이 진정된다. 이 광활하고 유구장장한 우주의 역사에서 인류가, 인간의 지성사가 얼마나 어린지를 칼 세이건이 《에덴의 용》에서 보여준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또 하나의 역작 《에덴의 용》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책의 부제는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이다. 에덴은 인류 최초의 환경이며 용은 제대로 인간이 되기 전의 모습을 뜻한다. 용이 에덴을 나와서 어떻게 지적인 생명체가 되었는지, 즉 인간의 지성사를 살펴본다.

《에덴의 용》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우주력>에서 그 유장한 150억 년의 우주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하는데, 인간은 그 1년 중에서도 맨 마지막 날에 태어났다. 이렇게 어리디어린 인류는 점차 뇌를 키우면서 지적인 생명체가 된다. 3장 <뇌와 마차>에서는 뇌과학자 폴 매클런의 ‘삼위일체의 뇌’를 소개한다. 뇌에는 3가지 부위가 있는데, R 복합체, 즉 파충류의 뇌가 관습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변연계는 포유류의 뇌로 감정을 조절하고, 신피질은 인간의 이성적인 사고를 관장한다는 것이다. (세이건 사후, 뇌의 구조뿐만 아니라 기능도 밝혀주는 fMRI 발명등, 뇌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리사 펠드먼 베럿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더퀘스트 출판, 2021)에 의하면 최신 뇌과학에서는 뇌가 삼위일체가 아니라 하나라는 많은 과학적 증거들을 찾아내고 있다.) 4장 <메타포로서의 에덴>에서는 뇌부피를 증가시키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준다. 7장 <연인과 광인>에서는 양쪽 뇌반구의 기능을 설명해 준다. 좌뇌는 이성적, 분석적, 언어적 사고를 담당하고 우뇌는 감정적, 직관적 사고와 창의적 능력 발휘에 뛰어나다고 한다. 8장 <미래의 뇌>에서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발전해 갈지, 인공 지능이 어떻게 인간에게 사용될지를 추론하는데, 이 중 이미 실현된 것들도 있다. 악용 가능성도 보여주는데, 뇌수술을 통해 뇌를 조작해서 인간을 통제한다면 정말 악몽 같은 일이 될 것이다. 9장 <지식은 우리의 운명>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식과 지적 능력을 더 개발하고 향상해야 당면한 어려움에서 탈출해 인류의 무궁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7장 <연인과 광인>을 좀 더 살펴본다.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덧붙은 좌반구의 놀라운 언어 능력으로 직관적인 우반구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좌반구가 관장하는 우리 몸의 오른쪽이 중시되고 우반구가 관장하는 왼쪽은 열등시되는 경향이 인간의 언어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쳐서 right는 오른쪽이라는 뜻뿐만 아니라 올바른, 남성성 등의 수사에 쓰이고, left는 약함, 여성성 등의 수사에 쓰이며, 또 왼손보다 오른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러나 창조적 활동은 우반구의 주요 요소가 관여하고 그 결과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활동은 좌반구 기능의 결과이다.(227쪽) 칼 세이건은 모든 인간 문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창조적인 활동들, 즉 사법 및 윤리 체계, 미술과 음악, 과학과 기술 등은 좌반구와 우반구의 협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믿음을 전한다.(230쪽)

뇌과학자 정재승은 자신의 책 《열두 발자국》에서 엄청나게 재미있는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왜 그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했는지 이해할 만하다. 칼 세이건은 과학적 증거와 역사적 사실과 천문학자인 자신의 추론과 통찰을 바탕으로 해서 ‘인간 지능의 본질과 진화’의 과정을 펼쳐낸다. 그러니 관련 학자라면 엄청난 관심과 흥미를 갖겠고, 학자가 아니라도 인간 지성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것이다.

과학은 어렵다. 그러나 과학이 전해주는 지식은 우리 인간 모두가 맛보고 경험해야 할 귀중한 지식이다. 《에덴의 용》을 보면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진화하고, 인간의 지성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살짝 경험해본다. 희망이 생긴다. 암울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인간의 지성은 발전해왔으므로 다시 밝은 세상을 만들 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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