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구원하는 식물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자이언트북스, 2021)

by 우주인

“멸망의 시대, 식물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와 그곳에서 개량된 더스트 저항종 식물들, 그 식물을 심으며 함께 살았고, 그것을 전 세계로 퍼뜨린 사람들의 이야기”(250쪽) 이것은 등장인물인 생태학자 아영이 더스트 시대의 생존자인 나오미의 증언을 축약해서 생물학 커뮤니티에 올린 것인데, 그대로 이 작품 《지구 끝의 온실》을 축약한 것이기도 하다.


죽음의 먼지인 더스트가 세상을 뒤덮으면서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 더스트는 어떻게 생겨났고 인류는 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가. 《지구 끝의 온실》에서 작가인 김초엽이 보여주는 세계이다. 김초엽은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후 과학소설 작가로 등단했다. <관내 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등단하자마자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단편 중편 장편을 가리지 않고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 끝의 온실》은 그의 첫 장편인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이 작품의 배경은 인류가 거의 멸종 지경까지 갔다가 재건된 시대이다. 인류를 멸종시킬 뻔한 더스트 시대의 생태학을 연구하는 아영은, 그 시대에 살아남은 마을 ‘프림 빌리지’에 대해 알게 된다. 떠돌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대안공동체인데, 그곳에 마을을 구한 식물, 모스바나가 있었고 그 식물을 연구한 연구소와 연구원이 있었다. 디스토피아 시대였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따스한 온기가 오고 갔고,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널리 세상에 퍼뜨린 식물이 있었다. 멸망 위기에서 인간의 테크놀로지 과학이 인류를 구원한 것 같지만 그 전에 그 바탕을 만들어 놓은 식물이 있었다.


이 소설은 SF이면서 환경 소설로도 읽힌다. 현재 지구에서는 심각한 탄소 증가로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고, 과학자들은 온난화를 넘어서는 가열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인류는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런 과다 탄소를 더스트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이 작품에서도 더스트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특히 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 마을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위기를 이겨낸 바탕은 식물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환경 분야의 최고 고전으로 꼽히는 《침묵의 봄》에서 식물들 덕분에 지상에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으며, 환경에 맞춰 자리를 잡는 식물에 관해서도 알려준다. 결국 지구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것은 식물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389쪽)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재건의 토대로 삼은 것은 바로 식물, 모스바나였다.

작가의 이전글진짜 공정한 세상을 바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