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대온실에서 만나는 과거

《대온실 수리 보고서》_김금희(창비, 2024)

by 우주인

창경궁에 대온실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그 대온실이 일제 강점기 때 지어져서 운영되다가 6.25 전쟁 후 다시 문을 연 현재의 식물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제가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을 창덕궁에 유폐시킨 뒤 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과 함께 지은 식물원이다. 1909년에 문을 열었으나 6.25 전쟁으로 문을 닫았다가 전쟁 후 본관만 남겨두었고, 2004년 국가 등록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수공사를 한 후 일반에 다시 개방했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창경궁의 대온실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에 걸쳐서 얽혀있는 여러 인물의 관계와 사건들이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팩션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역사적 사실 부분은 작가의 시선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 김금희는 2009년에 등단했고 이 책은 2024년에 나온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영두는 작가이다. 창경궁 대온실의 보수 과정에서 그 수리 보고서 작성을 맡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영두는 과거 창경궁 근처인 원서동의 낙원 하숙집에서 살았었고 그 시절의 이야기와 인물들이 주요 소재로 다루어진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영두와 친구와 그 딸, 건축 관계자들, 대온실의 설립자와 당시 창경궁의 식물원 담당자와 그의 상사, 낙원 하숙집의 주인 할머니와 손녀딸, 하숙생들, 근처에 살던 남자 친구 등이다. 일본인도 있고 한국인인 줄 알았던 잔류 일본인도 있고, 일본인처럼 살다가 광복 후 한국인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있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그들의 과거와 사건들이 얽혀있다가 밝혀진다. 영두와 친구의 딸인 산아가 함께 나누는 관심사도 주요 소재로 다루어진다. 많은 인물과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에 다양한 독자들이 다양한 지점에서 공감대를 찾을 수 있겠다.


한편으로 일본인의 입장과 시선에서 바라보는 일부 글들에 대해서 유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겠다. 당시 일본 제국이, 한왕(순종)이 허약해서 그의 심신의 건강을 위해 창경궁을 공원으로 바꿔서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했다는 서술이 있다.(72쪽)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바뀌는 과정이 마치 순종의 건강을 위해서인 양 내세우는 일본의 입장이 그대로 나오는 것인데 그들의 식민지 정당화의 한 부분을 읽는 것 같다. 창경궁은 우리나라의 전통 왕궁인데 일제가 한낮 공원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런 비판의식은 없이 일제의 호의인 양 서술되어 있다.

대온실의 설계자와 그 방식에 관한 논란을 서술하는 부분도 아쉽다. “일본인 후쿠다 노보루가 설계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마르티네의 영향을 받았으니 일본이 아니라 프랑스 건축물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과연 뭔가가 달라지는 것처럼.”(209쪽)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은 없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가해자의 입장만 보인다. 글쓴이가 피해자인 한국인이라면, 그런 주장에 대한 배경이라도 언급되어야 하지 않을까. 역사도 아닌 문학작품에 피해자로서의 시선이 담겨야 하느냐고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과는 한 번도 받은 적 없고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저들의 역사 은폐 왜곡이나 독도 우기기는 또다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염려를 불러일으킨다. 그러한데 오히려 피해자가 이런 작품을 통해서 그런 가해자의 시선을 일반화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창경궁 대온실을 매개로 과거의 그들과 현재의 우리가 만나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한다. 과거는 역사가 되고 현재의 우리는 그 역사를 바라보아야 한다.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일지는 독자마다 다를 것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겠고, 역사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불편할 수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인간의 지성은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