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에 대한 사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_패트릭 브링리

by 우주인

에세이 전성시대이다.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조금은 다른 삶의 경험에 자신의 통찰과 사유를 담아서 에세이를 펴낸다. 소설가나 시인은 물론이고 학자나 의사들, 운동선수, 어린이 독서 지도사, 시각장애인 안마사, 평범한 어르신 등등 정말 다양한 에세이스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대형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한 경험을 펼쳐낸다.

지은이 패트릭 브링리는 사랑하는 형이 한창 젊은 26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좌절과 낙담에 빠진다. 잘 나가는 《뉴요커》의 전도유망한 일자리를 그만두고 방황하던 그가 찾은 새로운 삶터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다. 그곳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69쪽) 상실과 슬픔으로 가득 찼던 삶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더하여 전시 중인 예술품들을 사유하고 관람객들과 동료들의 순간의 모습까지도 사유하며 일상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는 우리에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들에 대한 정보도 전해주고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알려주는데, 예술품들의 도난 사건, 훼손 사고 등은 흥미롭다.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관람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성찰하고 얻은 깨달음도 같이 전해준다. 야구 등의 스포츠, 뉴요커의 특징 등 소소하게 미국의 문화까지도 덤으로 얹어준다.

직접 경험한 감동적인 순간도 전해준다. 분수대 앞에서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동전 두 닢을 건네며 “하나는 네 소원을 위해서, 다른 하나는 네 소원만큼 간절한 다른 누군가의 소원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걸 들으며 언젠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똑같이 말해주리라 결심했다고 한다. (143쪽) 나도 내 아이에게 똑같이 말해야지 결심한다.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 특히 자신의 형에 대한 부분은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 형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가족들에게 미리 작별 인사를 한다. “누구나 고통을 겪지, 내 차례야. 누구나 죽어, 내 차례고.... 죽는 건 상관없어... 모두들 늙어가는 걸 보고 싶은데⸳⸳⸳.”(61쪽) 누구나 죽게 되어 있고 다만 같이 늙어가면서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형의 말은 죽음에 대한 통찰과 함께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져서 독자들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좀 길어서인지 후반부로 가면서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일부 장은 과감히 빼고 주제를 좀 더 압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독자가 골라서 읽을 수도 있겠다.

사람들은 다 각자의 삶을 영위한다. 남들 보기에 대단해 보이든 그렇지 않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세밀하고 일상적인 부분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고 그것에 사유와 통찰을 더하면 좋은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공감하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재미와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예술에 대해, 삶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더하여 죽음에 대해서도.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모나리자>는 세상에 한 점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어디를 가나 바라볼 가치가 있는 얼굴들은 많이 있다.”(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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