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비밀

《곰스크로 가는 기차》-프리츠 오르트만 (북인더갭, 2010)

by 우주인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독일의 프리츠 오르트만의 짧은 소설 8편을 담은 책이다. 길이는 짧지만 내용은 짧지 않다.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처음에 나오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 곰스크라는 꿈같은 도시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온 남자는 곰스크에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꿈이다. 드디어 신혼의 아내와 함께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타지만 아내는 알지 못하는 곳인 곰스크에 가는 것이 영 불만스럽다. 여행 둘째 날, 잠시 정차하게 된 역에서 부부는 내리게 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그곳에 머무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살게 된 곳에서 고통스럽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며 남자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날이 오기만 기다린다. 그의 꿈은 실현될까?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인생은 망가지든 말든 신경 안 쓴다고 비난하자 아내가 말한다.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 (57쪽) 그의 전임이었던 늙은 선생님도 말한다. “모든 순간마다 당신이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61쪽)이고 그 삶은 의미 있는, 자신이 원한 삶을 산 것이며 그것을 깨달은 후 만족하게 되었다고.

남편의 삶은 우리 모두의 삶이다. 평생 꿈을 추구하며, 그 과정의 많은 선택들이 타의인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며, 그 또한 의미 있는 삶이다. 그에 만족하는 것도 자신이 선택할 일이다.


<배는 북서쪽으로>도 의미심장하다. 주인공인 ‘나’는 여행가이드인데 여행의 목적지를 잊어버렸다.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다 제각각이다. 심지어 이 여행객들을 태우고 운항 중인 배의 선장은 목적지가 어디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다. 메시지 찾기 게임 같기도 하다.

<철학자와 일곱 곡의 모차르트 변주곡>에는 화가와 철학자가 나온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며 탐색하러 다니는 화가는 그로 인해 다치기도 하고 사랑에도 빠지고 실연의 상처로 자살을 하려고도 하지만 눈먼 바이올린 연주자를 만나고서는 집으로 돌아온다. 철학자는 매사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헛되고 그러니 책임감 있는 인간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삶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가에게서 “살아 있다”는 말을 듣고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두 시절의 만남>에서는 삶의 아이러니를 만날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자신의 지나온 삶이 후회스러워서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다른 삶을 살게 하리라 다짐하며 열심히 이것저것 뒷바라지한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과연 다른 삶을 꿈꿀까? 그렇다면 부모의 삶에 대한 회한은 온당한 것일까?

짧은 글들이지만 아주 인상적이다. 삶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꿈을 향해 가는 길일까? 우리는 인생의 목표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면서 삶을 보낸다. 꿈은 무엇이지? 꼭 이루어야만 하나? 이루어야만 행복한 삶이 되나? 많은 질문을 하게 하고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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