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천재 여성

《여기, 카미유 클로델》_이운진(아트북스, 2022)

by 우주인

천재를 키운 여성? 천재의 피해자인 여성? 천재의 동반자인 천재 여성? 카미유 클로델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이다. 그녀는 천재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동반자였으며 그 피해자이기도 했던 조각가였다. 그러나 그 천재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을 인정받고자 고군분투하다가 결국은 고립되고 스러진 비운의 여성이 되어버렸다.

《여기, 카미유 클로델》은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편의 산문집도 발표한 이운진이 쓴, 카미유 클로델에 대한 일대기이다. 일찌감치 어려서부터 천부적 재능을 드러낸 조각가 카미유는 1883년, 그녀의 나이 19세에 로댕을 만나게 된다. 그의 작업실에서 일하면서, 그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 조수가 되기도 하면서 자신의 작품도 꾸준히 만들었다. 로댕과 열정적인 사랑을 하게 되지만 파국을 맞게 된다. 로댕을 떠난 카미유는 재정적으로도 인간관계에서도 고립되면서 지독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전혀 사랑을 주지 않았고 그녀를 지지해 주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바로 그녀를 정신병원에 넣고서는 평생 나오지 못하게 했다. 카미유가 평생 사랑했던 남동생 폴은 한때 누나를 열렬히 지지했지만 그 역시 카미유를 돕지는 않았다.

카미유와 로댕이 만난 것은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자신과 너무나 비슷한 예술혼을 만나고 이윽고 열렬한 사랑에 빠져들었지만 결과는 서로에게 너무 달랐다. 카미유는 삶도 예술도 폐허에 이르게 된다. 축복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녀는 고립되고 망각당했을까. 한 사람에게는 축복이었을 수 있겠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저주로 끝나버린 듯하다.

카미유가 활동했던 19세기 사회에서는 여성이 독자적인 예술가의 길을 걷기가 지극히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카미유도, 미술전 등에서 찬사를 들을 때면, 대개 로댕의 제자 혹은 연인이라거나, 당시 시인으로 유명해진 남동생 폴 클로델의 누나라는 사실이 같이 언급되곤 했다. 심지어 그녀가 직접 조각을 한 것이 아니라 대가인 로댕이 이끌어 준 것이라는 비방까지 받았다. 같이 작업하던 1880년대와 90년대에 두 사람의 많은 작품들은 아주 유사했고, 카미유는 로댕이 자신의 영감과 주제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예술은 누군가와 결부되어 인정받고, 사랑은 온전하지 못했고, 정서적 안정을 제공해 줄 가족, 특히 엄마에게서도 내팽개쳐진 카미유에게 삶, 사랑, 예술은 고통일 뿐이었다. 남동생 폴은 그녀의 작품 <애원하는 여인>을 보고 “애원하는, 모욕당한, 무릎 끓고 있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이것은 온전히 그녀 인생의 역사다.”라고 했다. (69쪽)

30년의 여생 동안 정신병원에 방치되면서 카미유는 세상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역사가 그녀를 밝혔다. 1984년, 파리에서 대형 전시회가 열렸는데 카미유가 초대작가로 선정되면서 그녀의 작품들이 전시되었고 언론에서도 큰 호평을 받고 관련 출판물이 발행되면서 카미유는 재발견된다. 연인으로서, 누이로서, 정신병자의 모습으로 가려져 있던 그녀의 참된 예술이 밝혀지고 망각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여성이 19세기에 인정을 받는 일이 있었을까? 중세 시대에는 그런 여성들이 오히려 마녀 사냥을 당하기도 했다. 카미유의 비극은 그녀 개인의 문제였을까 시대 탓이었을까. 그녀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달랐을까. 얼마나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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