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두 얼굴》_최광현(부키/2021)
가족심리학이라는 말이 이제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용어 자체는 낯설지라도 가족 문제의 뿌리를 어린 시절에 겪은 가족 환경에서 찾는 이야기는 꽤 익숙할 듯하다. 이 책 《가족의 두 얼굴》이 그 시초 격이다. 처음 발표된 게 2012년이고, 2021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지은이 최광현은 독일에서 가족상담을 연구하고 가족치료사로 활동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대학의 상담대학원 교수로,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가족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각자 고해(苦海)의 바다를 힘겹게 헤쳐나가고 있는 개인들에게 가족은 사랑과 위로를 주는 최후의 보루로 있어야겠지만 상처와 아픔을 주는 터전으로 자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가족의 두 얼굴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다룬다. 특히 그 어두운 면, 그러니까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불행의 원인을 찾아본다. 부모의 영향,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등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장편 소설인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으로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도입부 중 하나이다. 그러나 가족심리를 다룬 이 책에서 보자면 불행한 가정은 대개 공통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불행한 어린 시절에 있다고 한다. (부모의 편애,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안, 자녀에게 투사되는 대리 만족 등) 많은 독자가 공감하면서, 죄책감을 가지는 부모도 있겠고 나름의 치유책을 찾는 자녀도 있겠다.
한편으론 갑갑하다. 부모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지. 이래도 잘못이고 저래도 잘못이고, 모든 성인의 잘못은 어려서 잘못 키운 부모 탓이라고 하는 것만 같다. 가족 심리학이라 가족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이겠지만 같은 부모에게서 다르게 자라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부모 탓만 할 것은 아니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있는데 ‘자아분화’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자아분화는 자신과 타인을 분리시키는 능력으로 감정을 이성적으로 대응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다. 자아분화가 잘 된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배우자나 자녀에게 화를 내거나 자신의 스트레스를 떠넘기지 않고, 술이나 일 등에 의존하지 않으며,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면서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한다고 한다.
시인 박노해는 자신의 어린 시절 성장기를 회고한 에세이 《눈물꽃 소년》에서 부모와 주변 어른들이 보여주고 베풀어준 따스함과 배려를 유쾌하게 전해준다. 나도 내 아이에게 이런 부모,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문제 부모였다는 죄책감보다는, 이런 부모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갖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가족 문제를 다루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주변에서 밉살맞은 존재로 여겨지는 사람도, 그 원인이 어린 시절이나 환경에서 애정이든, 인정이든 결핍되어서 그렇다고 생각되면 좀 더 그 사람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뭔가 결핍된 존재가 아닐까. 정도 차이지만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어딘가 밉상인 사람들도 결국은 나의 한 부분이다.
지금의 부모들은 대개의 경우 따로 부모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나름으로 애정과 관심을 다해도 잘못된 방법일 때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여러 공공시설에서 관련 강좌도 열리고 책도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 많은 부모가 이런 책을 접한다면 좀 더 많은 애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자녀들에게 베풀 것이고,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더욱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나서, 우리 사회도 더욱 밝아지리라는 기대를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