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좋은 일》_정혜윤(창비, 2021)
작가 정혜윤은 나의 친구다. 물론 정혜윤은 나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 나 혼자서 그는 내 영혼의 친구다,라고 우긴다. 그 시작이 이 책 《뜻밖의 좋은 일》이다. 삶에 위로가 필요하던 어느 시절, 가까운 친구들보다도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황야를 걷고 있다. 무기가 하나라도 있다면 좋겠지. 나에게 그 무기는 책이다.”라는 작가의 말에 격한 공감을 느낀다. 이 책 말고도 그는 많은 책을 발표했다. <삶의 발명>,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아무튼, 메모>, <사생활의 천재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등등. 독서 에세이, 르포, 여행기 등 많은 책을 펴냈다. 정혜윤의 본업은 CBS의 라디오 PD이며 주로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로 한국방송대상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을 받고 기타 여러 작품상을 받았다.
부제가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인데, 많은 책과 작가를 인용하여 문제 많은 세상에서 힘을 주고 답을 깨닫게 해주는 방법들을 전해준다.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는 맛, 자아, 사랑과 우정,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각 장마다 여러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 1장이‘사는 맛’인데 어떨 때 사는 맛이 날까. 커트 보니것의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가 소개되는데 정혜윤의 유머감이 곁들여져서 그 소개글 만으로도 즐겁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을 때에는 트루먼 커포티의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읽으면 마음이 아주 따듯해질 것이다. 사랑과 우정에 관해서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우리 대부분의 고민과 관심사에 대해서도 다룬다. 모든 사람에게 알맞은 답은 아닐지라도, 책에서 어떤 좋은 일을 만날 수 있는지를 알게 되고, 삶의 공허함이 느껴지는 순간은 누구나 경험할 터, 그런 순간을 채울 따뜻함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기억나는 많은 인용문 중 하나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에서 나오는 “지옥은 내가 간다.”이다. 허클베리 핀이 도망 노예 짐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심을 하고 나서 한 말이다.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더 힘든 쪽을 선택해버린 후 이 대목을 되뇌면서 자신의 길을 갔다고 한다. (50쪽)
자신의 직접 경험도 많이 들려주는데, 일본 오키나와의 거리를 걷다가 식당의 작은 수조에 있는 자라를 만난 경험은 작가의 인간적인(신이 아닌, 그래서 주저하고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에 웃음도 나고 공감도 느낀다. 작가의 유머감이 돋보인다. 그런 경험도 삶을 좀 더 따뜻하게 보내도록 돕지 않을까.
많은 좋은 책을 소개해주고 좋은 점을 뽑아서 알려주니 이 책만 봐도 그 책들의 엑기스를 맛볼 수 있고 더 맛보고 싶다면 소개된 책들을 보면 더욱 좋겠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책을 읽는 방법도, 책에서 어떤 점을 얻을 수 있는지도 알게 된다.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읽어버릴 책은 아니다.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은 잠시 눈을 들고, 또는 눈을 감고 곱씹기도 해야 하고, 내용을 더 알고 싶은 책은 따로 메모해 놓아야 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삶의 의미와 가치, 아름다움, 슬픔, 따뜻함 등이 담겨있다. 독자들은 그 깊고 따스한 향을 들이마시며 몸속 깊이 간직하려 애쓸 것이고, 나아가 그 향을 퍼뜨리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와 독자는 친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