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대신 농담

《철학자와 오리너구리》_토머스 캐스카트 외 1인/알키미스트/2025

by 우주인


한마디로 웃긴 철학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Plato and Platypus》(플라톤과 오리너구리)이다. 철학자인 플라톤과 참 이상한 동물인 오리너구리의 철자를 가지고 말장난 치는 듯하지만, 실상 그 둘은 참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인간과 삶의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자의 대표자 중 하나인 플라톤. 그러나 철학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리너구리도 그렇다. 외모는 여러 동물을 섞어 놓은 듯하다. 오리처럼 부리도 있고 물갈퀴도 있는데 몸은 너구리 같다. 포유류이면서도 알을 낳는데 젖꼭지가 없어서 피부에서 땀처럼 젖이 스며 나오면 새끼가 그 털에 맺힌 젖을 핥아먹는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생명체다.

살아가다가 이런저런 의문이 들 때, 삶에 답을 찾고자 할 때, 사람들은 철학을 떠올린다. 그러나 철학에 대해 생각할라치면 골치부터 아파온다. 이 책의 번역자가 ‘옮긴이의 말’에서 했다시피 “답답한 인생의 답을 찾으려다 더 막막한 철학 개념들을 마주하게 되면.... 저절로 고개가 저어진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들은 그런 무거움을 던져버리고 얼핏 말장난처럼 보이는 농담들로 가볍고 유쾌하게 철학을 보여준다.

부제가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유쾌한 방법>이다. 모두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에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답을 하는데 농담 같은 지혜가 있다. 몇 개만 보겠다.

2장은 논리학에 대해 설명하는데, 귀납논리 연역추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셜록 홈스 시리즈의 두 주인공, 홈스와 왓슨이 캠핑 여행하면서 일어난 일로 추리하는 예가 있다. 자다 깨보니 하늘의 별이 보이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홈스의 질문에 왓슨이 대답한다. “... 수많은 별과 넓은 밤하늘은 우주의 광활함과 우리 존재의 작고 보잘것없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라는 말에 맞아, 하면서 공감하는 순간, 홈스의 말이 이어진다. “멍청아, 지금 누가 우리 텐트 훔쳐갔잖아!”(54쪽) 웃음이 빵 터진다.

4장은 ‘옳고 그름에 대한 윤리학적 논쟁들’을 다루는데, 칸트의 정언명령과 황금률이 나온다. 칸트의 정언명령은 ‘당신이 어떤 규칙에 따라 행동할 때에는 그것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이고 흔히 알고 있는 황금률은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걸 남에게 해주라’이다. 그런데 마조히스트가 이 말을 따르면 사디스트가 된단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이 말을 비틀었다. ‘누군가 내게 해주길 바라는 걸 남에게 해주지 말라. 서로 취향이 다를 수 있으니까.’(137쪽) 말꼬리를 잡아서 비꼬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농담으로 하하 웃으며 그 밑에 깔린 삶의 모순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5장은 ‘신과 종교에 관한 발칙한 질문들’이 나온다. 쇼펜하우어나 붓다에게 삶은 고통과 권태의 영원한 순환이지만 체념 대신에 세상 모든 존재에 자비와 연민을 지닌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니체는 서양 기독교 윤리의 종말을 보면서 신의 죽음을 선언하는데, 이는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라는 지침이라고 한다. 신을 믿느냐 마느냐에 대한 파스칼의 내기가 나오는데, “의심이 좀 들더라도 신이 있다고 믿고 교회도 좀 다니는 게 계산적으로 훨씬 좋은 전략”(157쪽)이라고 한다. 웃음이 나오고 맞네 라는 생각이 들지만 독실한 신자들에게 돌을 맞을 것 같다.

일부 농담은 이해가 안 돼서 아쉽다. 문화 차이인 건지, 철학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인 건지 모르겠다. 그런 부분은 따로 해설이 있었으면 더 즐겁게 읽었을 텐데.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철학은 답을 줄 것 같아 철학책을 집어든다. 가볍게 웃으면서 철학을 접하다 보면 삶의 어려움도 조금은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철학 사조에 대해 깊게 설명하지 않는다. 많은 철학자와 철학 사조가 맛 보이기식으로 서술되고 관련 농담이 덧붙는다. 이 책의 저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철학에 대해서 알라’라기보다는 ‘삶을 좀 더 가볍게 유쾌하게 살자’라고 하는 게 아닐까. 깊은 고민과 사유보다는 가벼운 유쾌함과 농담으로. 그에 동의한다면 이 책을 보면서 껄껄 웃고, 아니라면 책을 덮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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