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_김혜순/난다/2025
싱크로나이즈드라고 하면 대개는 TV에서 보던 경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현재는 공식 명칭이 아티스틱 스위밍으로 변경)을 떠올릴 듯하다. 여러 명으로 한 팀을 이룬 선수들이 물속에서 칼같이 동작을 맞추어서 선율에 따라 이리저리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던 장면들을 기억할 것이다. 김혜순 시인은 어느 건물의 어항 같은 화면에 낯선 생물이 일렁이는 것을 보고 감동했는데, 그 존재의 명패가 Sea anemone였고 그래서 이 시집의 제목을 그리 붙였다고 한다.
제목은 영어 이름이지만 이 제목을 담고 있는 시는 한국어 이름인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이다. 이 시에서 “나는 지금 아름다운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나는 식물도 동물도 어류도 파충류도 아니야/... 네게 노래 불러주면 나는 성별이 달라져/ 여자가 되었다가/ 남자가 되었다가/... 너와 뒤척이면서 나는 인종이 달라져/ 레드 인종 블루 인종 핑크 인종/... 나는 그냥 해삼 말미잘 문어 뱀장어 여자”라고 노래한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말미잘의 수많은 가닥은 아무것도 묶지 않고 매달지도 않고, 그저 다 같이 춤추며 차이를 두지 않기에 아름다운 싱크로나이즈드를 연출해 내는 장면을 그려볼 수 있다.
한국 시단에 ‘여성주의적 글쓰기’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김혜순은 굵직한 세계 문학상들의 발표 시기가 다가오면 늘 그 수상이 기대되는 시인이다.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여러 문학상을 받았고 영국 왕립문학협회의 국제 작가, 미국의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2019년에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그의 신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는 독일 국제문학상 수상 이후 선보이는 15번째 시집이다.
처음 읽을 때는 낯설고 당황스럽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다시 또다시 읽다 보면 시구 안에 숨어 있는 깊은 통증을 느끼게 되고 내 안에 있는 통증과도 접하게 된다. 나아가 그 통증을 명랑하게 바라보며, 시인이 시집의 말미 <김혜순의 편지>에서 말한 대로 “고통도 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길을 걷다가 구석진 곳을 발견하면/... 내가 방에서 쫓겨나면 저기서 며칠을 잘 수 있을까/ 자세히 살펴보는 버릇/... 우편함을 열고 이불을 깔고 눕고 싶은 마음”(<살림 차릴까>중에서) 살고 있는 곳이 없어지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하니 평소에 어디 구석이라도 잘 살펴보고 우편함에서라도 잘 수 있을까 하는 마음. 서글프면서도 구석과 우편함이라니, 웃음이 나기도 한다.
첫 번째 시 <그리운 날씨>는 좀 더 편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날씨가 자신의 둘도 없는 반려라고 조곤조곤 알려주는데, ‘나도 그런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날씨는 다정하거나 따스하거나 한결같은 존재가 아니다. 변덕을 부리고 같은 날씨를 다시 만날 수도 없는데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단다. 이것이 참사랑일 터, 나도 구할 수 있는 사랑인데, 그동안 왜 몰랐지? 싶다. 이렇게 시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짧은 글로 드러내서 그 의미를 밝혀주고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 주고 사랑하게 해 준다.
모든 소설은 독자가 각자 오독하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시야말로 각자 해석의 여지가 많아서 맘껏 오독해 보겠다 싶다가도, 당최 이해도 안 되고 상상도 안 될 때는 난감하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독자들이 있다. 다시 보고 또 보자. 어느 순간 시인의 말로 다가오기도 하고 독자 자신의 말로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 순간에 우리는 감동을 받고, 그렇기에 시는 계속 쓰이고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