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두 아이 모두 ADHD #6

[ADHD 아이와 부모의 생활을 다룬 ADHD 초밀착 다큐 에세이]

by 위아영 WeAreYoung

-초등교사 엄마의 금쪽이 둘 양육 에세이- [6. 완벽한 외출]


아이들 모두 학원에 간 저녁 시간이다. 금쪽이와 금동이의 학원 시간이 겹쳐 둘 다 집에 없으니 조용해서 참 좋다. 이제 애들이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이 되어 학원 시간이 저녁시간으로 옮겨지면서 주중에 3회나 되는 이런 편안한 시간이 생겼다. 세월이 참 빠른 게 신기하다. 침대에 편히 누워서 장을 봐서 오기로 한 남편의 연락을 기다린다. 잔업을 안 하면 집에 일찍 와서 쉬면 될 텐데 힘들게 장까지 봐오니 피곤함을 이겨내고 부지런하게 사는 남편이 대단하고 고맙다.


- 7:05, From. 남편-

[여보, 도착했어. 내려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간다. 서둘러 신발을 신고 카트의 손잡이를 잡아 현관 밖 공동 통로로 옮긴다. 순간 뭔가 바닥에 떨어진다. 잘 접힌 종이다. 우리 집 카트에서 떨어진 게 분명한데 왜 종이가 카트에 있었던 건지 의아해하며 종이를 잡아 올린다. 접힌 종이는 왠지 펼쳐봐야 할 거 같아 자연스레 펼쳐 본다.


[엄마, 미안해요. 그래도 나에겐 학원에 안 갈 권리가 있어요. 저는 집을 나갈 거예요.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사랑해요. -금동이 드림-]


뭔가, 이게. 금동이 가출 편지 아닌가. 얘가 학원 간 줄 알고 편안하게 누워 있었는데 학원에 간 게 아니라 집을 아예 나간 거였다니.

영어 학원이 싫다는 말은 자주 했었다. 심지어 지옥 같다고도 했었다. 억지로 학원에 보내봐도 수업 중 화장실에 가서 세월아 네월아 한다고 했었다. 선생님이 걱정되어 화장실에 가서 금동일 찾으면

"저 아직도 똥 싸고 있어요."

한다고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진짜 변비인 건지 아니면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확실히 후자임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도 학원 안 보내는 것보다 보내는 게 낫겠지, 학원에서 가르쳐주시는 백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알고 오겠지 싶어 억지로 보내왔다.

그러다가 오늘 일이 터져버린 것이다. 늘상 그렇듯 오늘도 학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영어는 필수라며 시간 지켜 학원에 가라고 나도 늘상 그래온 말을 그냥 했다. 그리고 금동이가 늘상 그렇듯 학원에 갈 줄만 알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지금 금동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을까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버린다. 그나마 남편이랑 얼굴 보며 이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얼른 남편이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간다. 남편에게 이것 좀 보라며 종이를 전해주자 남편이 차의 헤드라이트에 금동이의 글씨를 비춰본다.

"뭐야, 가출했네? 언제 나갔어?"

"학원 갈 시간에 맞춰 나가길래 학원 간 줄 알았는데 집 나간 거였어. 어떡해? 경찰서에 신고할까?"

경찰서에 신고하면

[OO시 주민인 이금동(남, 11세)을 찾습니다. 120cm, 32kg,......]

내용의 문자가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쫙 뿌려질 것이다. 이 문자 속에 들어갈 옷차림도 알아야 하는데 애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학원에 갈 시간이 되는 금동이라 잠깐만 본 터이고 나라는 사람은 사람들 옷차림에 관심을 안 두는 터라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엄마가 되어서 애가 뭘 입고 다니는지 신경도 안 쓰는 나 자신이 참 원망스럽다.

"아니, 우선 두고 보자."

그래, 남편 말에 따라 우선 두고 보기로 한다. 타는 속이지만 겉으로는 덤덤한 척, 트렁크에 있는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카트로 옮겨 담는다.

집에 와서 냉장고에 음식들을 정리하면서 번뜩 금동이 폰으로 위치 확인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폰이 집에 있다. 위치 확인도 안 되니 더 걱정스럽다. 당장 경찰에 연락하지 않은 걸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기다려보겠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진지한 침묵 속에서 한 시간이 넘게 흐른다. 말이 한 시간이지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가서 세네 시간은 넘게 흐른 것 같은 기분이다.

'삐비빅 삐빅....'

디지털 도어록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다. 금쪽인가, 금쪽이 올 시간은 조금 더 있어야 하는데.

"다녀왔습니다."

현관을 보니 금동이가 거실을 등지고 현관 앞에 앉아서 운동화를 벗고 있다.

"어, 금동아. 수고했어. 밥 먹자."

그리고 금동이가 못 듣도록 남편한테 문자를 서둘러 보낸다.

[가출, 아는 척하지 말자.]

"금동아, 왔니? 삼겹살 먹자."

방으로 들어간 금동이를 부르며 남편도 아무렇지 않은 듯 오늘 사온 삼겹살을 굽기 시작한다. 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 개수대에서 상추와 깻잎을 씻는다. 그렇게 셋 다 모두 아무렇지 않은 척 저녁 식사를 한다. 밥을 먹는 내내 무슨 말을 꺼내야 하나 조심스럽다. 남편도, 금동이도 같은 마음인가 열심히 식사만 한다.

집 냉장고에 남은 반찬들을 넣으며 생각해 보니, 금동이는 역시 금동이답다. 카트에 가출 쪽지를 숨겨둔 것이 참 어리석다. 오늘따라 남편이 주중에 잘 안 보는 장을 봐와서 이 카트를 쓰게 된 거지, 언제 이 카트를 쓸 줄 알고 거기다 쪽지를 넣어둘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금동이는 가출했다 돌아오며 그대로 있는 카트에 안심했을 수도 있겠다. 오늘 가출은 금동이 자신 밖에 모르는 일이다 여기며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금동이의 가출은 그렇게 완벽하게 외출로 위장돼버린다.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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