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두 아이 모두 ADHD #5

[ADHD 아이와 부모의 생활을 다룬 ADHD 초밀착 다큐 에세이]

by 위아영 WeAreYoung

-초등교사 엄마의 금쪽이 둘 양육 에세이- [5. 학부모 상담 주간]


핸드폰에서 하이콜이 울린다. 이 시간, 금동이 담임선생님과 학부모 상담을 하기로 되어 있던 터라 금동이 담임선생님께서 주신 전화다. 웬만하면 굳이 하지 않고 거를 수도 있을 상담이련만 금동이의 남다른 특성으로 인해 매해 학부모 상담 주간마다 빠지지 않고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선생님께 금동이가 ADHD라고 미리 알려드리지 않았다. 약을 먹고 있고 상담치료를 받고 있으니 ADHD 티가 덜 나길 바라며 일반적인 다른 아이들 속에서 묻힐 수 있길 바랐다. 그런데 매일 약을 먹어도, 일주일에 두 번으로 상담치료 횟수를 늘려도 ADHD가 티날 수 밖에 없다는 걸 이제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극적인 태도로 우리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도움받아 대처하기로 마음 먹었다. 차라리 학기 초부터 금동이의 상태를 오픈하자는 생각으로 담임선생님께서 보실 학기 초 기초조사서에도, 보건선생님께서 보실 건강조사서에도 아이의 병명을 솔직하게 적어 냈다.

금동이 담임선생님께서 말씀 주시는 학교 내 아이의 학습 태도와 생활 모습은 작년보다 더 심해져 있다.

"어머님, 금동이가 수업 시간에 자주 돌아다녀요. 교실 뒤에 의자 하나가 있는데 수업 시간에 나가서 이 의자 뒤에 숨기도 해요. 또 은근슬쩍 몰래 나가서 복도에 그냥 서 있기도 해요. 화장실에 가겠다고 나가서는 10분이 넘어도 안 와서 애들을 보내 데리고 오게도 하는 상황이에요."

아! 탄식이 나온다. 얘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선생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백 번 천 번도 더 드리고 싶다. 얼마 전 문제 행동으로 그만 둔 학원에서 받은 피드백과 같은 내용의 말씀이시다. 그때도 놀라긴 했지만 학원 수업이 늦은 저녁에 있는 만큼 약효가 떨어질 시간이라서 그렇겠지, 더군다나 공부하기 싫은 마음과 겹쳐서 더 그런 거겠지 하며 이유를 찾아 상황을 합리화시켰었다. 그런데 충분히 약이 기능할 학교 수업 시간에조차 그런 문제 행동들을 보이다니.

22년 차인 나의 초등교사 근무 경력에도 ADHD인 학생, ADHD일 거 같은 학생을 여럿 만났다. 의자에 앉아 있지만 집중을 못하는 조용한 아이에서부터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책상과 벽을 발로 차고 두드리거나, 심한 욕설을 내뱉으며 충동적으로 교실을 뛰쳐나가는 과격한 아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ADHD 아이들을 만나왔다. 그땐 탄식보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 아이들을 지도하도록 머리가 먼저 움직였는데, 금동이의 문제 행동에는 머리가 돌아가질 않고 탄식이 먼저 나온다.

"얼마 전에도 교실에서 슬쩍 나가 복도에 서 있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라고 하더라구요. 금동이는 선생님이 아끼고, 친구들도 친해지고 싶은 아이인데 왜 존재감이 없겠냐, 우리 반에서 존재감이 큰 아이라고 해주었더니 그제야 교실로 들어왔어요."

친구들과 늘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은데 그게 어려운 금동이이다.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지만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성이 많이 부족해서 늘 교우 관계가 어려운 아이다. 선생님과 이런 저런 금동이 문제로 말씀을 나누다보니 어느덧 정해진 시간이 다 끝나간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금동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언제든 말씀주시면 제가 가정에서 잘 지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금동이의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과 가정에서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전한다. 오늘 집에서 금동이의 이런 행동들에 대해 잘 얘기 나눠봐야겠다. 엄마로서 금동이의 이런 행동들에 대한 마음도 읽어주고, 수업 시간에 학생으로서 취해야 할 옳고 그른 행동을 반복해서 또 가르쳐줘야겠다. 그리고 1년 동안의 아이 성장에 엄마와 담임선생님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 이런 금동이를 가장 잘 이끌어주실 분은 담임 선생님일 것임을 믿는다. 탄식이 먼저 나오는 엄마 외에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도해주실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금동이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 끝나고 십여분 뒤 금쪽이 담임선생님과의 전화 상담이 시작된다. 금쪽이는 근 5년 간 몇 가지 ADHD 약물을 시도해왔는데 그 중 일부 약물은 집중력 향상도가 미미한데다가 틱, 불안 등의 부작용이 발현되길래 제일 집중력 향상도가 좋고, 부작용이 덜한 콘서타를 선택하여 복용해왔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올 2월부터 콘서타 수급 불안정으로 다른 약물로 바꾼 상황이다. 2월 중 부장 워크샵, 새학년 준비를 위한 근무 기간을 제외하고 약 2주는 온전히 금쪽이와 보내왔기에 다시 시도하는 약물이 과거 그랬던 것처럼 잘 맞지 않음을, 약물의 좋은 점보다 금쪽이에겐 부작용이 더 많음을 여지 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3월 개학 기간 중 일부도 얼마나 안 좋은 상태였는지 알기에 금쪽이 담임선생님께서 주시는 상담 전화가 울리는 순간 덜컥 겁부터 났다. 내가 신청한 상담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불편한 사실과 마주하며 아이를 위해 선생님과 협력하고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을 상담 선생님, 의사선생님께도 알려드려 약물을 조율해야만 한다.

금쪽이 담임선생님의 말씀에도 탄식이 먼저 나온다. 내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들과 하나도 일치하지 않아 속상하고 불편한 진실들이다.

"금쪽이 어머님, 금쪽이가 학기 초에는 수업 시간에 내내 엎드려 있었어요. 물어보니 수업이 재미가 없어 흥미가 안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 설명한 걸 놓치는 경우가 많아 질문도 잦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도 참 많았구요."

수능 끝난 고3도 아니고 수업 시간 내내 엎드려 있다니? 잦은 질문과 물건 분실은 ADHD의 일반적인 특성아라치고 이 무슨 선생님께 버릇없는 행동이자 학생으로서 본분을 잊은 행동이란 말인가. 흥미랑은 상관 없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보고 배우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기본 아닌가. 아무리 ADHD인 아이라 할지라도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초등학교 애들은 손에 꼽기도 힘들 것이다. 담임으로서 전담으로서 내가 봐온 애들만 천 명은 더 넘는데 그 중에 한 명이라니, 0.001%의 희귀한 아이다. 담임선생님께서도 이런 아이는 처음이셨을 것 같은데 얼마나 어이가 없으셨을까. 또 한 번 더 탄식이 나온다. 이번에는 금동이때보다 더 깊고 길어진 탄식이다. 탄식의 깊이과 길이만큼 내가 순간 더 늙어지고 창피하여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힘이 없어 낮고 작은 목소리로 담임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역시나 천 번을 말씀드려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3월 초 금쪽이가 유달리 기운이 없고 축 처친 느낌이 들긴 했고 학교에 지각하는 걸 보며 금쪽이의 상태가 심각하구나는 느꼈는데 수업 시간에 아예 엎드려 있는 정도인 줄은 몰랐다. 역시 용기내서 학부모 상담을 신청하길 잘 한 것 같다.

"그래도 요즘 많이 좋아졌어요. 배움공책도 열심히 해와서 칭찬해줬구요. 발표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행이다. 어둠 속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말씀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를 더 칭찬해주시는데 선생님께서 찾을 수 있는 칭찬이라곤 다 찾아서 금쪽이를 칭찬해주시며 나를 위로해주시는 것 같아 진정으로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3월 중순부터 또 바꾼 약물 이외에도 선생님께서 이렇게 칭찬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게 금쪽이에겐 바른 행동으로 바뀌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그래. 어차피 숨겼어도 드러나게 됐을 ADHD인 것을. 올해처럼 용기내어 솔직하게 처음부터 말씀드린 게 잘한 일 같다. 숨기는 게 아이에게 좋은 것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아이의 행동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을 통해 약물이나 상담에 반영할 수 있으니 더 나은 것 같다. 금쪽이로치면 5년, 금동이로치면 4년의 지난 시간들도 이렇게 차라리 내가 먼저 공개하고 도움을 요청했다면 더 좋았으려나. 지나간 세월을 다시 붙잡을 순 없으니 앞으로라도 지금처럼 선생님께 솔직해지자고 마음 먹는다.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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