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두 아이 모두 ADHD #7

[ADHD 아이와 부모의 생활을 다룬 ADHD 초밀착 다큐 에세이]

by 위아영 WeAreYoung

-초등교사 엄마의 금쪽이 둘 양육 에세이- [7. 너만의 템포로]


내가 살고 있는 OO 지역은 경기도지만 서울의 대치, 목동 학군지에 맞먹는 교육열로 유명한 학군지이다. 실제로 몇 년간 거주해보니 진짜임을 체감할 수 있는 말이다. 특히 지역 안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유명한 학원밀집지라 아파트 사이 사이 들어선 상가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규모의 학원들이 가득하다. 학원이 시작하거나 마치는 시간에 맞춰 나가면 대형 프렌차이즈 학원 앞은 다른 동네에서 오는 아이들을 위한 셔틀버스 수대가 늘어서서 도로 한 차로를 메우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동네 사는 평범한 아이들은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으로 각자의 수준에 맞는 학원 스케쥴이 빡빡하게 짜여 있고, 대부분의 평범한 아이들은 그 스케쥴 대로 열심히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한다. 유명한 몇몇 학원들은 잘 가르치기로 소문이 나서 다른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그 학원으로 아이를 라이딩해주기도 한다.


"어머, 어쩜 선생님. 제가 사는 지역을 그렇게 잘 아신대요?"

회식 자리에서 옆 지역에 사시는 정선생님께서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맞은편 상가들을 꿰뚫고 계시기에 놀라서 여쭤본 적이 있었다.

"아, 거기, 제 아들이 OO학원 다니고 싶다고 해서 라이딩해줄 때 학원 시간 끝나길 기다리며 돌아다니던 곳이라 잘 알고 있어요."

정선생님 아들은 SKY 중 한 대학을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에 이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수재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전교 2등이었다고 한다. 공부 잘하는 정선생님 아들 얘기가 나오는 꼭 따라나오는 이야기는 정선생님 아들의 친구이자, 작년까지 계시던 보건 선생님의 아들인 그 고등학교 전교 1등의 현재이다. 다른 길도 많은데 굳이 교대를 가겠다고 하여 지금은 초등교사가 된 보건 선생님의 아드님, 다들 그 아드님의 투철한 소명 의식을 칭찬하면서도 현실의 교직 생활과 사회적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배들이기에 영특하고 대견한 후배교사가 안쓰러운 마음이기도 할 테다.

"OO학원이 진짜 유명하긴 한가 봐요. 그렇게 멀리서도 유명한 학원인데 길 하나 건너면 되는, 바로 우리 집 앞인 그 학원을 우리 금쪽이는 못 다녀요."

웃지만 슬픈, 일명 웃픈 얼굴로 말하는 내게 정선생님께서 이유를 물어보신다.

"3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그 학원에 한 3개월은 다녔나, 생각도 잘 안나는 금쪽이 4학년 초의 일인데요. 학원 선생님께서 몇 번 전화를 주셨어요. 다른 애들은 잘 이해하고 따라오는데 금쪽이는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금쪽이가 좀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다가 같은 내용으로 3번인가 말씀하실 때야 아차, 싶더라구요. 학원에 보내지 말라는 얘기구나 싶어서 그만 뒀어요."

그 학원을 매도하는 게 아니다. 잘하는 아이들만 받아서 가르치니 유명해진 거구나 하며 잠깐 학원 탓도 해보긴 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학원 만의 특성이 있는데 그걸 캐치 못해서 학원을 잘못 선택한 내 탓, 그 시스템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의 능력 부족 탓인 거다.


그 뒤로는 금쪽이는 영어 학원만 다니고 수학은 집에서 스스로 하고 있다. 출퇴근만 2시간이 넘는 나는 집에 오면 침대에 뻗어버려서 금쪽이와 금동이의 공부를 봐주는 게 너무 힘이 든다. 또, 꼰대 같은 '라떼는 말야' 생각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서이기도 하다.

'나 때는 돈이 없어서 학원은 꿈도 못꾸면서 학교만 다녔는데도 다 알아서 공부했다고. 그런데 너는 왜 안돼?"

'나 때는 바쁘신 엄마, 아빠께 여쭈지도 못하고 스스로 알아서 풀고, 틀리거나 모르면 답지 보고 공부했는데 그걸 못해?'

몸은 게으르고 마인드는 고지식한 엄마 탓에 금쪽이의 수학 실력이 엉망이다. 5학년 2학기가 되자 금쪽이도 이젠 집에서 스스로 하는 수학 공부는 안되겠다 싶었나 보다.

"엄마, 나 수학학원 다닐래요."

금쪽이 입에서 스스로 학원 다니겠다는 말이 나오다니 기쁜 마음이다. 서둘러 지도앱에서 '수학학원'을 검색해 도보로 이용 가능한 범위의 학원리스트를 뽑고, 지역 맘카페에 들어가 이 학원들의 후기를 알아본다. 그리고 두 학원을 선택해 가장 빠른 날로 레벨테스트를 예약한다.


레벨테스트 날이다. 학원 선생님께서 금쪽이의 현재 공부 상태를 물어보시고 5학년 2학기 수준으로 레벨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하신다. 한 시간은 걸리니 다른 데 있다가 오라고 하신다. 금쪽이에게 잘 보라는 응원의 말을 건네고 수강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후 바로 근처 카페에 가서 따뜻한 차와 함께 내 시간을 즐긴다. 즐겨보는 네이버 밴드, 다음 카페, 각종 뉴스와 유튜브 쇼츠면 한 시간은 가볍고 즐겁게 떼울 수 있다.

20분 쯤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받고 보니 금쪽이가 레벨테스트를 받고 있는 학원이다. 레벨테스트가 끝났고 채점도 끝났으니 학원으로 오라고 하신다. 의아하다. 한 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하셨는데 왜 이렇게 일찍 끝난 건지 모르겠다.

학원에 가니 긴장한 표정의 금쪽이가 있다. 선생님께서 기다릴 금쪽이를 위해 핫초코 한 잔을 건네주신다. 핫초코를 받아들고선 홀짝거리며 맛있게 먹는 금쪽이를 뒤로 하고 나는 선생님과 함께 상담실로 들어간다.

"금쪽이가 너무 어려워서 못 풀겠다며 시험시간 20분 만에 나왔어요."

결과지 속의 15라는 숫자가 맞힌 개수인건가, 점수인건가 잠시 판단이 안된다.

"푼 게 몇 개 안돼요."

"아, 네에."

'네'를 길게 빼며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다.

"15점인거죠?"

"네, 맞습니다."

"금쪽이 점수가 많이 낮아서 부끄럽네요."

100점 만점에 15점이라니, 믿기지 않지만 인정해야 한다. 시험지가 정말 백지에 가깝다. 이래서 시간이 얼마 안 걸렸구나. 불안한 마음으로 선생님께 여쭤본다.

"금쪽이가 들어갈 수 있는 반이 있나요?"

다행히 있다고 한다. 주변에 더 큰 아이들을 키우는 분들을 보면 학원에서 레벨이 안 맞다고 안 받아준다는데 금쪽이를 받아준다고 하니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판서식은 진도가 안맞아 힘들 것 같고, 개별 진도식 반으로 들어가야 하며, 여기엔 더 어린 친구들이 두 명 더 있다고 한다. 그리고 5학년 2학기 걸 힘들어하는 걸 보니 5학년 1학기 것부터 다시 되짚어가며 공부해야 한다고 하신다. 같은 반이 될 어린 두 친구들에게는 선행일거고, 금쪽이한테는 후행이다. 선행도 아니고 현행도 아니고 후행이라니 이것 참 받아들이기 씁쓸하다. 같은 학년 친구들은 벌써 중등 선행을 들어간 친구들도 있다고 하시며 금쪽이도 하루라도 빨리 학원에 다니면 6학년 말쯤에는 중등 선행이 가능하다고 수강을 권하신다. 공부를 안하고, 못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의 불안한 마음에 자극과 위안이 동시에 훅하고 들어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금쪽이에게 물어보니 이 학원이 집에서 가까워 다니기도 편하고 선생님이나 분위기도 마음에도 든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여기 다니기로 금쪽이와 합의를 한다. 한군데 더 레벨테스트를 예약해둔 학원에 가봤자 금쪽이가 또 좌절감을 느낄 씁쓸한 현실일 것 같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 후행이면 어떤가. 한 템포 두 템포 늦어도 애가 스스로 시작하겠다고 한 것을 높이 사며 대견하다고 여길 일이다. 잠시 보통의 학군지 학부모가 되어 금쪽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부끄러워할 뻔한 한 내 자신을 반성해야겠다.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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