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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가는 길

창의적 발상으로 생각 뒤집기

by Weavypedian

"여기! 여기라고! 나 여기 있다고!"

나는 오늘도 그녀를 향해 간절히 외치지만, 내 목소리는 늘 허공에 흩어진다. 그녀는 바쁘게 가방 속을 뒤적이고 있을 뿐이다. 매번 보는 모습이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핸드폰을 들었다가 다시 놓고, 화장품 파우치를 뒤집고, 영수증 뭉치를 흩어놓는 동안에도 나는 그저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누군가와 대화 중이었지만, 표정은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가방을 뒤적이는 동안 그녀의 시선은 한 번도 옆사람을 향하지 않았다.


"분명히 가방에 넣었는데… 어디 갔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고, 옆사람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천천히 찾아보세요."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말속엔 어딘가 섭섭함과 실망감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손과 눈길은 온통 가방 안에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나는 조금 화가 났다. 아니, 슬펐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저렇게 애타게 찾고 있는데, 괜찮으니 천천히 찾아보라는 말만 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허둥거리지 않도록 언제, 어디서 가방에 넣었는지 물어봐 주거나, 하다못해 자신이 한번 찾아보겠다고는 왜 못하는 거야?


문득 늘 덤벙거리지만 다소 소심했던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작년이었다. 함박눈이 내린 겨울밤, 함께 끝없이 이어진 고속도로 눈 길 위를 달렸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아 차 안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캐럴 음악이 흘러나왔다. 추운 날씨에 도로는 빙판길이 되었고, 눈까지 쌓여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그러다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그녀는 흥얼거리던 노래를 멈추고 핸들을 꼭 부여잡으며 더 조심히 운전하려 했다.


나는 차에 새로 들인 방향제의 향기와 엔진의 진동, 신나는 캐럴을 들으며 그녀의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차가 들썩여도 좋았다. 같이 캐럴을 흥얼거리며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추운 밖과 달리 차 안은 우리 둘의 마음처럼 따스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나를 꼭 쥐며 미소를 지었다. "휴, 이렇게 눈 오고 추운 날, 무사히 집에 왔네. 정말 다행이다." 그 순간 그녀의 힘든 순간을 함께하는 내 존재가 감사했다.


또 한 번은 그녀가 좁은 골목길에 차를 세우려고 애를 먹던 날이었다. 좁은 길에 주차 공간이 부족했고, 긴장한 탓에 그녀의 손엔 땀이 흥건했다. 바로 옆에 있던 난 그녀가 긴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 수 있어,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마침내 원하는 자리에 완벽히 주차하는 데 성공했다. "봤지? 나 이렇게 주차도 잘하는 멋진 여자야~." 라며 함께 차에서 내렸다.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언제 긴장했었냐는 듯 활짝 웃으며 나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녀가, 언제부터인가 내가 곁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듯했다. 예전엔 나에게 제일 잘 어울릴 키링도 골라주고, 비가 오는 날이면 조금이라도 젖을까 방수가 잘 될 듯한 옷을 입혀주던 그녀였는데 말이다. 이젠 늘 같이 다니는 내가 더 돋보이게 꾸며주는 데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티 낼 수 없어 그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 곁에 내가 평생 있을 수 있다 생각하지 마. 나를 잊지 마." 우리가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눴던 순간과, 거의 매일 빠짐없이 함께 외출했던 많은 시간들을 떠 올리면, 내가 얼마나 그녀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알 텐데.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숨바꼭질을 하는 그녀 때문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더욱 초조해졌고, 결국 가방 속 물건을 바닥에 전부 쏟아부었다. 모든 물건들이 쏟아진 순간, 그녀는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 여기 있었네! 아휴, 근데 왜 이리 손에 안 잡히는 거야."


그제야 그녀는 옆사람에게 고개를 들며 미안함에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가자, 오래 기다렸지."라고 말한다. '그래,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물론 가방을 뒤집어 모두 쏟아지긴 했지만, 오늘은 다른 날 보다 물건이 좀 덜 들어있었으니까.


그녀는 바쁠수록,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은 날일 수록 나를 찾는다. 그런 날일수록 난 그녀에겐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렇기에 그녀가 아무리 신경 쓸 일이 많다 해도, 더 이상 나에게 무심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것 이렇게 함께 해왔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것이니까.


차로 가는 길, 나는 그녀가 꼭 쥔 손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앞으로 그녀는 나를 더 소중히 여기고, 예전처럼 신경 써 줄 것이다. 어쩌면 처음 함께 했던 매일처럼 나를 무엇보다 더 소중하게 대해 줄지도 모르겠다. 아니, 적어도 매일 아침 출근 전 나를 찾는 그 순간만큼은 말이다.


'그래, 나 당신의 자동차 키야. 당신은 매일 아침 차에 타기 전 나를 찾아 헤매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난 그 순간이 좀 더 순조롭고 기분 좋아지길 바라.' 차에서 내려 다시 그녀의 어지러운 가방 속으로 들어가 또 날 찾을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며 속삭여본다. '오늘도 힘내고 내일은 조금 더 나은 날이 되길'


유아교육에서 창의성 교육은 언제나 핵심 요소로 강조됩니다. 특히, 유아들이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려면 그들의 생각을 끌어내고 자극할 수 있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창의성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을 시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일상과 익숙한 사물조차도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만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끝없이 샘솟을 수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지만, 유아들과 함께 열쇠를 단순한 물건이 아닌, 이야기의 화자가 되도록 구성해 본다면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요? 자동차 키가 직접 들려주는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유아들과 친근하면서 재미있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사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유아의 창의성을 꽃피우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요.


만약 당신이 자동차 키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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